ADVERTISEMENT

<중년의삶>3.카메라에 사회상 담는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카메라는 중년에 접어든 나에게 새로운 세상를 보여준「창」이었어요.결혼후 가족속에서만 파묻혀지내다 50㎜ 카메라렌즈를 통해 쓰레기장에서 뛰노는 우리 아이들을 새롭게 발견했고 유년시절의 아름다운 추억도 되살려 낼수가 있었지요.』 주부사진클럽「민들레」의 고참멤버 金是舜씨(56.서울대치동)는 13년전 단순히가족사진을 잘 찍기 위해 손에 들었던 카메라가 이제는 사회를 인식하고 잊혀졌던 자신을 되찾는 매개체가 됐다고 말했다.
4년전 카메라를 사랑하는 30대후반에서 50대주부 11명이 결성한「민들레」는 몇년전부터 주부들사이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단순한(?)사진찍기와의「차별성」을 강조하는 주부사진클럽.
매주 목요일 오전이면 집안일을 서둘러 빨리 끝내고 서울포이동사진작가 朴英淑씨(54)의 작업실에 모여 공부를 한다.이들은 사진이론뿐 아니라 환경문제.페미니즘등 광범위한 주제를 두고 공부한후 메시지를 담은 사진을 찍는 그룹임을 거듭 강조했다.
사진강습을 받기 시작하는 여느 주부들과 마찬가지로 처음엔 시내 문화센터에서 강습을 시작했던 이들은 사진작가 朴씨 밑에서 배우다「보다 뜻깊은」사진을 찍어야겠다는 이유로 뭉친(?)주부들.「여성의 눈」으로 본 세상을 단순히 기록하기보다 는 여기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게 취지.민들레라는 이름도 民草와 여성의 이미지를 갖고있으며 그 씨앗을 멀리까지 날려준다는 의미에서 작명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원하던 사진이 나오면 짜릿짜릿한 전율마저 느껴요.자신의 일을 통해 이런 느낌을 가질수 있다는게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 4명의 아이들을 웬만큼 키운뒤 사진을 통해 자신을 새롭게 발견했다는 鄭然喜씨(49.서울구의동).그는 자기 집 방 한쪽에설치한 암실에서 4~5시간씩 작업할 때는 아예 얘들도 엄마를 찾지않을 만큼「엄마의 세계」를 인정해줘 기쁘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갤러리아 백화점 아트홀에서「환경을 생각하며」라는환경사진전을 개최,프로작가들 못지않게(?)수준이 높다는 평을 들었던 이들은 전시회를 마친뒤부터는 만나는 이들을 붙들고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얘기할 만큼 환경문제에 관해 서도 프로가 됐다고. 환경사진전을 기획한 뒤부터 신문에 나오는 모든 기사를 스크랩하고 6개월동안 토론모임도 했다고 말하는 鮮于민정씨(37.
서울잠실동)는 주로 남자들이 망쳐놓은 지구를 되살리는 일은 여성의 몫이라며 페미니즘(여성해방론)적인 의식도 함께 내보였다.
『사진이론과 더불어 페미니즘을 공부한 뒤부터 오히려 남편도 더 잘 이해하게 됐고 남편도 자기생활을 하는 아내를 더 좋아하게 됐다』고 말하는 李혜경씨(37).그는 전시회때 작품밑에 내건 자신의 이름이 학창시절이후 거의 20년만에 되찾 은「이름」이었다며 기뻐했다.
「민들레」를 이끌어준 朴선생 덕분에 여성문제에 대해 눈을 뜨게 됐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이들은 앞으로「여자」로서만 살아왔던 이제까지의 삶을 재조명해보고 자신이 누구인지를 스스로 규정지어보는「自我展」을 계획중이다.
〈文敬蘭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