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소공동 롯데호텔의 물가정보배 결승 최종국에서 이영구 6단을 2대 1로 꺾고 우승한 이세돌 9단이 시상식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이세돌은 현재 국내 최대 기전인 명인전 본선리그서 5승1패로 1위를 달리고 있어 결승 진출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국수전에서도 4강에 올라 있고 LG배 세계기왕전과 천원전은 8강, 기성전은 16강까지 진출해 있다. 개인전에 관한 한 거의 전 기전에서 탈락을 모른 채 무한 질주를 거듭하고 있다. 이세돌은 올해 62번 대국하여 52승10패를 거두고 있다. 세계대회나 결승전을 많이 치르면서도 84%라는 전체 기사 중 최고의 승률을 올리고 있어 이런 페이스라면 조만간 10관왕 달성도 가능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무적’이란 수사가 따라붙기 시작한 이세돌 9단의 앞길도 그리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이세돌 최대의 적은 바로 ‘체력’이고 너무도 벅차보이는 ‘스케줄’이다. 이세돌 9단은 지난해 106국에 달하는 살인적(?)인 대국 수를 채웠고 올해도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중국리그(9국)가 있다. 이세돌은 중국 갑조 리그에서 활동하는 유일한 한국 기사다. 비록 판수는 많지 않지만 팀이 먼 구이저우(貴洲)에 있고 넓은 대륙에서 홈엔드어웨이로 치러지는 중국리그인지라 장거리 비행기 여행이 불가피할 때가 있다.(이세돌은 오전에 중국리그를 두고 저녁 때 서울에 와 한국리그를 둔 적이 있다.)
하지만 6관왕 이세돌은 이미 10관왕을 향해 질주를 시작했다. 이세돌의 강점인 놀라운 집중력이 이런 상황에서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달리기 시작한 기차를 멈출 수는 없어 보인다. 이세돌 9단은 바둑판 밖에서 자신의 능력을 시험하는 또 하나의 승부를 펼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박치문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