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2인자 이재오' 2선 후퇴 논란에 이명박도 "그게 그렇게 관심이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23일 '캠프 해단식'을 마치고 첫 민생 일정으로 서울 종로5가 광장시장을 방문했다. 이 후보가 한 상인과 함께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고있다. [사진=오종택 기자]

"그게 그렇게 관심이냐? 자연스럽게 되겠죠."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23일 여의도 캠프 해단식을 앞두고 기자들에게 이같이 말했다. 요즘 한나라당 안팎에서 최고의 관심사로 떠오른, 이재오 최고위원의 2선 후퇴 가능성에 대한 답변이었다.

이 최고위원은 이 후보 캠프의 사령탑이었다. '군기반장' 역할도 했다. 2인자로도 불린다. 그런 만큼 이 최고위원의 2선 후퇴는 예민하고 미묘한 문제다. 이 후보의 속마음은 이어진 비공개 조회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그는 이 최고위원을 실명으로 거론하며 말을 이어갔다고 한다.

"이재오 최고위원이 안 된다고, 너무 강하다고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다 제 지지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최고위원 자체가 무슨 사심을 갖고 흑심을 갖고 한다? 지금 여러 가지 얘기하는데 그렇게 생각 안 한다. 우리가 시작할 때 정권을 교체하자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무슨 희생이든 할 수 있고 자신도 함께 희생할 수 있다는 결심이 돼 있기 때문에 (같이 온 것이다.) 누가 무슨 얘기를 해도 난 그렇게 믿지 않는다."

참석자들은 "이 최고위원의 거취를 재론하지 말라는 주문"이라고 해석했다. 캠프 내부를 향한 경고 메시지도 담겨 있는 것 같다.

이 후보와 가까운 한 의원은 "이 후보의 이날 발언은 중의적"이라며 "이 최고위원이나, 이 최고위원과 갈등을 빚고 있는 사람들 모두에게 주의를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캠프 관계자도 "당 주류의 반발이 공공연한 상황에서 캠프가 반목하지 말고 힘을 합해 돌파하라는 메시지"라고 전했다. 이 후보가 '강하다'라거나 '사심'이란 표현을 쓰는 등 이 최고위원을 비판하는 발언들을 적시한 것은 캠프 내 갈등 양상을 수면 위로 끄집어냄으로써 서로 화합할 것을 주문한 발언이란 얘기다.

실제 캠프 내부엔 이 최고위원에 대한 반발 기류가 적잖게 퍼져 있다. 정두언.박형준.주호영 의원 등 소장파들이 "물러나서 돕겠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내부 갈등 기류와 무관치 않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 후보의 이날 발언으로 이 최고위원의 2선 후퇴론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모습이다.

◆"이명박 낙마 바라면 안 돼"=이런 가운데 한겨레 인터넷판은 이 최고위원이 박근혜 전 대표 쪽 인사들을 겨냥해 "가슴속엔 후보 낙마나 후보 교체를 생각하면서 겉으로는 화합이란 이름으로 손잡는 것이 바로 구태"라며 "당의 후보가 결정됐으면 진짜 그런 생각 없이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이 최고위원은 "(박 전 대표 측이) 자격지심 때문에 그러는 것이다. 경선 과정에서 얼마나 과하게 했나. 반성부터 해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고 한다.

고정애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