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 한파' 닥친 부동산 시장, 에이전트들 '전직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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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중앙요즘 부동산 업계는 시쳇말로 '죽을 맛'이다.

서브프라임 융자 파문 부동산 가격 하락 차압 급증 등 대형 악재가 잇따라 터지면서 거래가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요즘 에이전트들은 '나오는 것은 한숨뿐'이라는 자조섞인 농담을 하곤 한다. 장기 침체에 빠진 요즘 부동산 업계를 돌아봤다.

▷발길 끊긴 부동산 사무실

발렌시아 지역에서 일하고 있는 부동산 에이전트 박모씨는 요즘 사무실에는 거의 출근하지 않는다. 부동산 광고도 접었다. 사실상 부동산 에이전트 업무는 접은 것이다.

박씨가 사무실에 출근을 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무실에 가봤자 할일이 없기 때문이다.

박씨는 "전에는 사무실에 나가면 그래도 고객들이 가끔씩 들어오거나 정보라도 얻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전화한통 오지 않는다"며 "기껏해야 일주일에 한번 정도 분위기 파악을 위해 들를 뿐 매일 사무실에 나갈 이유가 없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박씨에 따르면 한때는 30~40명을 헤아리던 사무실에 지금은 출근하는 사람이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 상당수는 사무실에 아예 나오지를 않으며 전업을 준비하거나 이미 전업한 에이전트들이 대다수다.

▷전직 꿈꾸는 에이전트들

이같은 상황은 외곽지역이면 마찬가지. 팜데일이나 폰태나 코비나 등 개발붐을 타고 번성하던 외곽지역 부동산 사무실들은 요즘에는 파리만 날리고 있다. 투자자들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매매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에이전트 업무를 일찍 시작해 지난 2~3년간 돈푼께나 만진 에이전트라면 사정이 낫다. 당분간은 버틸 자금이라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작한지 2년 미만의 에이전트들이 문제. 새내기 에이전트들은 구체적인 성과를 거두기도 전에 부동산 시장이 얼어버리자 어쩔 바를 모르고 있다.

2년전 에이전트 업무를 시작했다는 김모씨는 "은행에 다니다 부동산 에이전트들이 돈을 많이 버는 것을 보고 부동산 업계에 뛰어들었다"며 "어느 정도 업무를 배울만 하니 매매가 뚝 끊겨 후회 막급이다"고 말했다.

김씨의 경우 2년동안 성사시킨 매매는 불과 4건. 이로 인한 수입은 5만여달러가 전부다. 그러나 차량 유지 비용 광고 비용 브로커 수수료 등 각종 비용으로 나간게 4만달러가 넘는다. 결국 2년동안 1만달러 정도 번 셈이다. 더욱이 지난 여름부터는 단 1건도 성사시키지 못해 수입이 없이 지낸게 1년 가까이에 이른다.

김씨는 "다시 은행으로 들어갈 지 고민중"이라며 "주변에 동병상련을 앓고 있는 에이전트들이 제법 된다"고 전했다.

▷한인타운까지 불어닥친 불황

이처럼 외곽 지역에서 시작된 부동산 불황 여파는 지난 여름부터는 LA한인타운에도 밀어닥쳤다. 그래도 한국으로부터 투자자 유입이 꾸준한데다 각종 개발 호재로 지난 봄까지만 해도 괜찮았던 한인타운도 더이상 흐름을 비껴갈 수는 없었던 것이다

실제로 올들어 신규콘도 분양은 거의 중단되다시피 했다. 머큐리 라메종 등 고층 콘도가 줄줄이 분양에서 고배를 마신데 이어 1100윌셔도 지난해 분양 초기에는 큰 인기를 모았으나 분양률 70%를 고비로 더 이상 입주자가 쉽사리 차지 않고 있다.

이러다 보니 한인 부동산 회사에서는 에이전트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단 한건의 계약도 성사시키지 못한 에이전트가 전체 한인 에이전트의 절반을 넘어서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에이전트들은 전직을 서두르기도 하고 그나마 여유자금이 있으면 비즈니스를 찾기도 한다.

▷옮겨다니는 에이전트들

이럭저럭 버티는 에이전트들도 비용이 싼 부동산 회사로 옮기는 경향이 뚜렷하다. 특별한 유지 비용없이 매매를 성사시키면 일정액만 내면 되는 부동산 회사로 에이전트들이 이동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매매 성사시 일정액만 내면 되는 대표적인 한 부동산 회사는 에이전트가 줄고 있는 다른 부동산 회사와 반대로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비용을 한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에이전트 입장에서는 매매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특별한 비용이 나가지 않은 이러한 부동산 회사가 덜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매매가 성사되면 커미션의 20~30%를 납부하던 회사에서 지금은 매매당 400~500달러만 내는 회사로 최근 옮겼다는 한 에이전트는 "전에는 그래도 거래를 여러건씩 성사시켜 비용이 좀더 나가더라도 지원이 좋은 회사를 찾았으나 지금은 어차피 거래가 안 되는 만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회사를 선택한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솔직히 부동산 시장에도 조정기가 오리라 생각했지만 이처럼 급격히 식을 줄은 예상못했다"며 "대부분의 에이전트들은 내년까지는 희망이 없다고 생각 어떻게 잘 버틸지 아니면 이쯤에서 다른 길을 찾을 지 심각하게 고민중"이라고 상황을 전했다.

[USA중앙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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