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비 북한서 군사비 전용 의혹" 고발, 유엔개발계획 직원 해고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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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유엔개발계획(UNDP)이 대북 사업 문제를 고발한 직원의 채용 계약을 연장하지 않는 방식으로 해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UNDP는 알바니아계 이탈리아인으로 2005~2006년 UNDP 평양사무소장을 지낸 아트존 슈쿠르타즈(36)와의 계약이 올 3월 끝나자 그의 계약 연장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유엔에서 13년간 일한 슈쿠르타즈는 "UNDP의 부정을 폭로한 데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유엔 윤리위원회는 최근 "슈쿠르타즈가 보복성 해고를 당했다는 주장을 입증할 증거가 있다"며 그의 손을 들어 줬다. UNDP 대북 사업의 투명성 문제를 지적해 온 미 행정부와 의회 인사들은 반 총장에게 이를 철저히 조사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21일 밝혔다.

슈쿠르타즈는 북한의 공중위생과 농업환경 등을 개선하기 위해 UNDP가 지원한 현금이 군사비 등으로 전용된 의혹이 있다고 UNDP 본부에 보고했으나, 조사나 시정이 이뤄지지 않자 미 행정부에 이를 고발했다. 이에 따라 올 1월 마크 월리스 유엔주재 미국 차석대사는 UNDP에 조사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고, 그걸 계기로 미 언론은 UNDP 문제를 집중 보도했다. 그 뒤 UNDP는 대북 사업을 중단했다.

유엔 윤리위는 UNDP에 슈쿠르타즈 해고 문제를 조사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미국의 놈 콜먼 상원의원, 일레나 로스 레티넨 하원의원 등은 "슈쿠르타즈에겐 내부 고발자 보호 규정이 적용돼야 한다"며 조사를 촉구하는 서한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미셸 몽타스 유엔 대변인은 "반 총장이 이번 일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윤리위의 보고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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