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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Strong & Weak 포인트] "영남서 자란 서울 후보, 표밭 넓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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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일까. 경선 과정에서부터 이 후보를 지켜봤던 중앙일보 토론 분석 자문단에게 이 후보의 장단(長短.Strong & Weak)을 물어봤다. 전문가들은 "12월 19일에 최종 승자가 되려면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개선하거나 드러내지 않는 지혜가 필요하다"며 "때로는 단점을 장점으로 포장해 내는 역발상도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래서 강하다

①"영남에서 자라난 수도권 후보"

1987년 대통령 직선제가 다시 실시된 이래 수도권을 근거로 한 후보는 없었다. 이 후보는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 영남(경북 포항)에서 성장했지만 서울시장 경력 덕분에 수도권 지지세가 압도적으로 강하다. 한나라당 후보로선 누려보지 못한 '호사'다. 한나라당 후보는 수도권, 특히 서울에서 패배해 왔기 때문이다. 정치컨설팅 '민'의 박성민 대표는 "한나라당의 외연 확대를 하기에 적합한 후보"라며 "지역뿐만 아니라 세대.이념에서도 마찬가지여서 범여권이 '맞대응' 선거 구도를 짜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②"국방 빼놓곤 다 해봤다"

이 후보는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이다. 그러곤 4년간 국방 분야만 빼놓고 다 있다는 서울시정을 책임졌다. 윤여준 전 의원은 "조그만 나라를 경영하는 것과 같았을 것"이라며 "서울시장 재임 기간은 국가지도자 훈련 과정으론 좋은 시간"이라고 평가했다.

③"청계천은 흐른다"

이 후보는 시장 시절 ▶청계천 복원 ▶서울시 대중교통체제 개선 ▶서울숲 조성 등의 실적이 있다. 박성민 대표는 "이 후보가 되면 대한민국이 어떻게 바뀔지 '영상'이 떠오른다는 점이 여타 정치인과 다르다"고 말했다. 이정숙 스피치전문가도 "이 후보에겐 눈으로 보이는 증거물이 있다"고 평가했다.

④"두 명만 고용해도 애국자"

이 후보는 "경제 살리기가 시대정신"이라고 말해왔다. "일자리를 만드는 게 애국"이란 메시지를 던졌다. 한양대 나성린 교수는 "네거티브 과정에서도 경제전문가란 이미지는 여전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윤 전 의원은 "경제대통령 이미지가 경선 과정에서 퇴색한 감이 없지 않다"며 "이를 강화할 새로운 뭔가를 내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⑤"개천에서 난 용"

이 후보는 가난한 고학생이었다. 현대그룹에 들어가서는 '샐러리맨 신화'를 낳았다. 연세대 황상민 교수는 "서민과 유대감이 있거나 밑바닥 경험을 했다는 강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것이 취약 포인트

①"네거티브엔 내성이 없다"

이명박 후보는 2월부터 온갖 네거티브에 시달렸다. 선거법 위증 교사 의혹부터 시작해 위장전입, 차명재산 보유 의혹까지 번져갔다. 검찰이 경선 막판에 수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윤 전 의원은 "유권자 중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며 "네거티브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가 승패를 가르는 핵심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②"박근혜 관리 부담"

이 후보는 불과 1.5%포인트 차로 박근혜 후보를 이겼다. 박 후보의 경선 승복 연설은 '아름다운 패배'로 불렸다. 이후 박 후보의 존재감이 더 커졌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윤 전 의원은 "박 후보는 승복했다곤 하지만 박 후보 측근들에겐 또 다른 정치적 이해관계가 있다"며 "박 후보와 지지세력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황상민 교수는 "이 후보가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여길 경우 박 후보 지지자들이 제3의 인물을 바랄 것"이라고 전망했다.

③"정치 경력이 짧다"

92년 민자당 비례대표(전국구) 의원으로 첫발을 뗐다. 중간에 정치를 4년간 쉬기도 했다. 당직 경험이 없어 당 시스템도 잘 모른다. 그러나 당 개혁과 화합이라는 서로 충돌하는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박성민 대표는 "정치력을 검증받는 시험대에 올랐다"고 말했다.

④"선거 전략의 빈곤"

이 후보는 경선 내내 자신에게 불리한 '검증의 장'에서 싸웠다. 박 후보 측의 선거 캠페인에 밀렸다는 평가가 많다. 선거 전략의 빈곤이다. 박성민 대표는 "선거 경험이 풍부하지 못하다는 건 대중 정치인으로선 약점"이라고 평가했다.

⑤"목소리.말투가 썩 좋지 않다"

목소리가 종종 잠긴다. 경선 후보 합동연설회에서도 그랬다. 그 때문에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새빨간 거짓말' 등 과격한 단어도 쓴다. 이정숙 스피치전문가는 "알아듣기 어렵다고 대통령에게 무슨 얘기를 했는지 다시 물어볼 수 없지 않은가"라며 "발성 연습 등을 통해 전달력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대통령의 언어가 과격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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