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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성 펀드 출범, 그 후 1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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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지난해 오늘, 일명 '장하성 펀드'가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KCGF)가 2006년 8월 23일 대한화섬 지분 5.15%를 취득하면서다. KCGF는 미국 라자드자산운용의 펀드다. 그러나 고려대 장하성(사진) 교수가 고문 자격으로 실질적인 운용을 맡아 장하성 펀드로 불린다. 지배구조가 불투명하거나 돈을 쌓아두고도 배당에 인색한 기업의 지분을 사들여 영향력을 행사해 기업 가치를 높인 뒤 되팔아 수익을 추구한다는 전략이다.

이제 막 첫돌이 지났지만 시장을 뒤흔들어 놓았다. 장하성 펀드의 돌풍에 땅 많은 기업들의 주가가 들썩거렸다. 시가총액보다도 자산가치가 더 큰 '자산주'가 재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주주 행동주의와 펀드 자본주의에 대한 논쟁도 촉발시켰다. 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회사 경영에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지 논란이 됐다. 배당 요구가 기업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논리가 맞섰다.

펀드만을 놓고 보면 아직은 절반의 성공이다. 운용성과 측면에서 초기에 사들인 대한화섬과 태광산업을 제외하면 수익률이 별로다. 장하성 펀드를 따라 지분 매입 사실을 발표한 날 9개 종목에 똑같이 투자했다고 가정하면 22일 현재 단순 수익률이 23.37%다. 같은 기간 지수 상승률 평균(24.11%)과 비슷한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벽산건설.하이트맥주.크라운제과는 매입 발표 시점보다 오히려 주가가 하락했다.

기업지배구조 개선도 그렇다. 눈에 띄게 달라진 곳은 태광그룹(태광산업.대한화섬)이다. 복잡했던 지분을 정리하고 유휴 자산에 대한 개발 계획을 구체화해 나가고 있다.

다음은 장하성 교수와의 일문일답.

-현재 규모는. 대기업에도 투자하겠다는데.

"펀드로 꾸준히 돈이 들어오고 있다. 여력이 되면 대기업에도 투자한다. 재벌만을 연상하지 마라. 지금보다 더 큰 규모의 기업에 투자한다는 의미다."

-아쉬운 점은.

"국내 기관들이 투자를 어려워한다. 애널리스트들은 펀드가 왜 그 종목에 투자했는지에 분석을 하지 않는다. 일반인이 궁금해할 텐데도. 우리는 단기 매매를 하지 않는다. 주식을 한 주도 안 팔았다."

-배당 요구에 대해선.

"쌓아두는 돈에 대해서다. 투자하지 않겠다면 배당을 통해서라도 돈이 돌아야 한다."

-정보의 사전 유출 논란이 있었다. 밑의 대학원생이 미리 주식을 샀다는 얘기도 돌았다.

"모르는 얘기다. 공시될 때까지 구멍이 많다. 기업 쪽이나 공시를 대행하는 법무법인에서 말이 나올 수 있다."

-펀드로 얻는 수입은.

"이미 이달 초 재단을 설립했다. 국내외 장학사업.시민운동사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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