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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훈련 중단/북핵 조속해결 분위기 잡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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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향후 북 태도 감안한 조건부 양보/남북관계 개선 돌파구될지 주목
올해 팀스피리트훈련 중단 발표는 한미 양국이 북한 핵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고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취한 정치적 결단으로 풀이된다.
국방부는 그동안 「팀」훈련이 한미 방위체제를 기본골격으로 하는 현 체제하에서 국가방위를 위한 필수훈련으로,북한의 무력도발 위협과 한미연합 방위체제가 존속하는 한 북한 핵문제와는 상관없이 계속 실시돼야 할 「비정치 군사훈련」이라는 기본입장을 견지해왔었다.
요컨대 「팀」훈련은 어디까지나 한미간 방어적 군사훈련으로 군사문제가 정치·외교 현안의 한 카드로 이용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게 국방부의 기본 입장이었다.
○북한요구 수용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방부가 92년에 이어 두번째로 「팀」훈련 중단을 발표하게 된 것은 북한의 핵개발 저지가 ▲민족생존과 직결된 문제인데다 ▲북한이 이 훈련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과 남북대화 재개를 위한 필수조건으로 주장해오고 있어 「IAEA 사찰이 성공적으로 완료되고 특사교환을 통해 핵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협의가 이루어진다는」 전제아래 올해에 한해 「팀」훈련을 중단한다고 공식발표하게 된 것이다.
이와관련,한미 양국 정상은 지난해 11월 북한이 IAEA 사찰을 수용하고 남북대화에 호응할 경우 한반도의 제반 안보상황을 고려해 올해 「팀」훈련 실시 중단여부를 결정하되 최종 결정은 한국측이 한다는데 합의했었다.
따라서 이번 「팀」훈련 중단발표는 이 두가지 조건이 전제된 조건부로 북측이 주장하는 영구중단이나 무조건 중단은 아니다.
국방부는 특히 이같은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올해 「팀」훈련은 날짜를 연기해서라도 계속 실시하며,전제조건이 만족스럽게 충족됐다고 판단될 경우 실질적이고 최종적인 중단발표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방부가 「팀」훈련 중단발표를 당초 지난 1일 오후로 예정했다 북측이 실무접촉 일정을 3일로 연기하자 발표시점을 다시 조정하게 된 것도 바로 이같은 맥락에서다.
「팀」훈련의 실질적인 중단여부는 아직도 북한의 태도여하에 달려있기는 하나 이번 발표가 사실상 최종적인 것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공은 이제 북한측에 넘어갔다.
○우리가 최종결정
92년의 중단발표(92년 1월7일)가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우리측의 선제양보 성격이라면 이번은 철저한 조건부 양보라는데 차이가 있다.
팀스피리트 한미연합 기동훈련은 ▲미군의 한국주둔 ▲연합지휘체계 유지 등과 함께 한미연합 방위체제를 떠받들고 있는 세개의 핵심기둥 가운데 하나다.
병력발진 및 투입­야외기동훈련­병력철수 등 통상 3단계로 진행되는 「팀」훈련은 미군이 해외에서 실시하는 야외훈련 가운데 최대규모로 미 7함대 소속 항공모함을 필두로 전개되는 상륙작전은 이 훈련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팀」훈련은 그 전신인 「포커스 레티나」(69년 3월 실시)·「프리덤 볼트」(71년 3월) 훈련 등에 이어 카터 행정부 당시인 76년 6월 월남 공산화로 인해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돼 처음 실시되기 시작했다.
당시 4만6천여명이 참가한 이 훈련은 84년 제9차 훈련때 20만7천2백80명이 참가,사상 최대규모를 기록했으며 한국군은 해마다 미군의 약 두배규모 병력을 참가시켜 왔다.
1회 훈련에 소요되는 예산총액은 약 5백억원 정도로 한국은 3분의 1 가량을 분담해 왔다.
북한은 팀스피리트훈련이 처음 실시된 76년이후 이 훈련을 「북침용 공격훈련」 「핵전쟁연습」 등으로 규정,주한미군 철수와 함께 이 훈련의 영구중단을 끊임없이 주장해 왔다.
○「공」은 북한으로
한미 양국은 이 훈련이 철저한 방어용 훈련임을 입증하기 위해 82년부터 훈련계획을 북측에 사전통보,참관을 요청해왔으나 체코·폴란드 등 몇몇 중립국을 제외하곤 북한·러시아 등은 한번도 참관하지 않았었다.
91년이후 「팀」훈련이 북한핵문제와 연계되면서 향후 이 훈련의 지속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아무튼 이번 「팀」훈련 중단발표를 계기로 그동안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가 일대 전기를 맞이하게 될지 주목된다.<김준범기자>
◎팀스피리트훈련 중단 발표문
우리 정부는 그간 한미 양국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한반도 및 주변 안보상황을 평가하면서 94년 팀스피리트훈련 실시 문제를 신중히 검토해왔다.
최근 북한이 7개 신고시설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요구하는 모든 사찰을 수용하여 사찰이 개시되고 남북대화에도 호응하여 특사교환을 위한 실무접촉을 재개하는 등 핵문제 해결과정에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한미 양국은 IAEA 사찰이 성공적으로 완료되고 남북간에 특사교환을 통해 핵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협의가 이루어진다는 전제하에 94년 팀스피리트훈련을 실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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