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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행사 유치 경쟁 이대로 좋은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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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2014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 실패를 계기로 지방자치단체의 국제행사 유치가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냉정하게 짚어 볼 때가 됐다. 또 유치에 성공했을 때 준비해야 할 일뿐만 아니라 유치 실패 시에는 어떻게 해야 그 후유증을 최소화할지 검토하는 일도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최근 지역의 여러 자치단체가 잇따라 국제스포츠 행사 유치 계획을 밝히고 나섰다. 이미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개최권을 획득한 가운데 광주가 2013년 여름 유니버시아드 유치를 노리고 있고 청주는 2017년 동아시아경기대회, 부산은 2020년 여름올림픽 유치를 선언한 바 있다. 지역마다 이 대열에 끼지 못하면 팔불출이란 말까지 나올 정도다.

자치단체들이 이처럼 국제대회 유치에 열을 올리는 것은 국고 지원을 받아 지역 홍보 및 발전을 꾀할 수 있고, 성공할 경우 단체장의 치적으로도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밖에 지역별로 ‘지역 활성화’라는 명제하에 국제도시 이미지에 따른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제대회 유치로 인한 고용 창출 등 경제적 파급 효과는 중앙정부 재정 의존도가 높은 자치단체일수록 매력적인 수치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치단체들이 정확한 예측과 장기 계획 없이 무분별하게 국제대회에 혈안이 되다 보니 후유증도 적지 않다. 실례로 세계태권도공원은 강화·춘천 등 10여 개 자치단체가 치열한 경합을 벌인 끝에 무주로 결정됐으나 이 과정에서 상호 네거티브 공세와 정치권 개입설 등으로 사후에 심각한 후유증을 빚었다. 자의든 타의든 중도에 포기했을 경우 행정력과 예산 낭비 등의 문제점도 드러났다.

아무리 국제행사가 많이 치러져도 그것이 바로 경제적인 혜택, 나아가 우리 삶의 질을 직접 보장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실제 국제행사를 유치한 많은 도시가 폐막 후 경제적 부담을 떠안은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월드컵경기장 10곳 가운데 흑자를 낸 곳은 서울 상암경기장이 유일했다. 나머지 지역은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매년 상당한 시·도 예산을 소요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1976년 올림픽을 유치했던 캐나다 몬트리올은 10억 달러 적자로 지난해까지 부채를 상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 올림픽을 유치한 그리스 아테네도 예상보다 다섯 배 이상의 지출이 이뤄져 빚더미에 올라 앉았다고 한다.

자치단체의 국제행사 유치가 이런 문제에 이르게 된 기본적인 이유는 행사 유치 때부터 개최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내지 지역민의 합의 과정이 생략됐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국제행사는 지역민이 진정한 주체가 돼 행사 유치 때부터 현명한 판단과 결정을 해야 할 것이다. 유치와 관련해 언론이 분위기만 띄우기보다 신중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육동일 대전발전연구원장, 충남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