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보경 대표 "직장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사람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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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는 "가장 위대한 일은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라 했다. 멋진 비전을 그려 열정적으로 이를 실현시켜 나가는 것은 리더가 져야 할 가장 큰 책임이다.
 
구조조정을 통해 부진에 허덕이던 코오롱정보통신을 턴어라운드(실적 호전)시킨 변보경(54) 코오롱아이넷 대표.

그는 지난해 7월 코오롱정보통신이 코오롱인터내셔널을 합병해 출범한 코오롱아이넷을 통해 지금까지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사업모델을 향한 큰 그림을 꼼꼼하게 그려가고 있었다.
 
# 변신
 
변 대표는 한국IBM 사업본부장과 LG IBM 최고경영자(CEO)를 지냈다. 지난 2002년 코오롱그룹 50년 역사에서 처음으로 그룹 외부에서 CEO로 영입돼, 코오롱정보통신을 맡았다. 당시만 해도 코오롱정보통신은 부진에 허덕이고 있었다. 이를 되살리는 것이 그에게 주어진 임무였다.
 
"한국IBM에서 근무할 때부터 특별한 프로젝트를 많이 맡아본 경험이 있었습니다. 예전에 한 때 '다른 사람들은 쉽게 월급쟁이를 하는 데, 난 왜 이렇게 자꾸 힘든 일을 맡게 되나'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어요. 물론 처음엔 부담스럽고 마음고생도 많이 하지만, 어렵고 힘든 일을 많이 해본 경험은 결국 나중에 자신에게 아주 큰 힘이 됩니다."

매출감소를 각오하고 실속없는 사업들을 과감히 정리했다. 국내에선 처음으로 한국IBM과 손잡고 중형 유닉스 서버 및 스토리지를 직접 조립·생산했다. 그는 서두르지 않고 회사의 구조와 조직을 실속있게 정비해 나갔다. "사실 구조조정은 회사를 투명하게 만드는 데부터 시작하는 겁니다. 뭐가 잘못됐는지, 어디서 물이 새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알 수 있어야 맥을 짚을 수 있거든요."

그러면서 회사의 체력이 좋아졌다. 지난해 그룹 차원의 사업구조 재편이 추진됐다. 그룹의 사업을 화학·제조, 건설·환경, 패션·서비스 등 3대축으로 짠다는 내용. 코오롱정보통신은 그동안 비축한 실력을 바탕으로 외형이 3배나 큰 코오롱인터내서널을 인수, 코오롱아이넷으로 다시 탄생하게 됐다.
 
# CEO가 되기 위한 필수조건
 
변 대표는 최근 몇 년간 회사의 구조조정과 합병을 거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고 했다. 그 과정에서 정립한 자신의 경영철학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었다. 성공을 향해 뛰는 직장인이라면 새겨 들을 만한 내용이 많았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성장하기 위해서는 우선 '투명'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그렇다고 제가 도덕군자이거나 무슨 결벽증 같은 걸 가진 건 아닙니다. 기업활동은 사람과 사람이 부딪히는 일이고, 융통성이 필요한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일에 '지나칠 과(過)'자가 들어가선 안 됩니다. 바로 '상식선'이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그는 또 CEO가 되고 싶은 사람이라면 "결코 쉽게 살 생각을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직원은 자기 일만을 위해 자신의 에너지를 다 써도 됩니다. 하지만 팀장급 정도 되면 조직과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의 에너지를 20∼30% 이상 써야 하고, 임원급이면 절반이상은 써야 합니다. CEO라면 적어도 자신의 에너지 가운데 80∼90%를 조직과 직원을 위해 바쳐야 합니다."
 
아울러 떠들고 일을 벌이면서 책임을 항상 윗선으로 떠넘기는 임직원을 가장 싫어한다고도 했다. "팀장이나 임원이라면 자신이 맡은 범위에서 나름대로 최선의 결정을 내리고 난 다음, 윗 사람에게 더 큰 틀에서 좀 더 조화가 된 결정을 당당하게 요구해야 합니다. 보면 그렇게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업무와 관계없이 상사에게 아부를 일삼습니다. 사실 회사에선 그런 사람들을 가장 조심해야 합니다."
 
# 글로벌 토털 서비스기업
 
변 대표는 지금까지 국내에서 시도되지 않았던 실험적인 사업모델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코오롱인터내셔설의 주업이던 종합상사는 전 세계에 내다파는 일이 전문입니다. 이를 기반으로 코오롱정보통신의 IT 서비스를 결합해 해외로 진출하면 엄청난 시너지가 나옵니다."
 
코오롱아이넷의 올 상반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362억원과 4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7월 합병 이후 4분기 연속으로 성장과 내용면에서 모두 알찬 모습. 더불어 코오롱아이넷은 최근 로또 사업에 도전하기도 했다. "비록 선정되지는 못했지만 정부관련 사업에 도전할 정도로 건전한 재무구조와 투명성을 다시 한번 안팎으로 평가받는 계기가 됐다고 자부합니다."
 
그의 도전은 단지 'IT 종합상사'로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앞으로 IT를 필두로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해외로 진출할 예정입니다. 그룹차원에서 카자흐스탄 진출 계획도 갖고 있구요. 세계 각지로 진출해 현지에서 최고의 위치에 오르는 서비스 기업을 여럿 만들겠습니다. 코오롱아이넷은 이들을 모두 아우르는 본부 역할을 하는 '글로벌 토털 서비스'기업이 될 겁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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