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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20년만에 서울대 졸업식 가던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김 대통령 참석에 조용한 환영박수/“야망 가집시다” 주제치사에 진지한 경청/김종운총장 하루전 방문 요청 전격 성사
20년만에 찾아온 대통령을 맞는 서울대생들의 반응은 차분한 속에서도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26일 오후 2시 대운동장에서 열린 졸업식에 참석한 학생들은 『김영삼대통령이 참석한다』는 안내방송을 듣고 다소 놀라는 분위기였으나 곧 손을 흔들며 입장하는 대통령에게 조용한 환영의 박수를 보냈다.
김종운총장의 식사에 이어 「꿈과 야망을 가집시다」라는 주제로 15분간 이어진 김 대통령의 치사 도중 식장에 앉아있던 8백여명의 졸업생들과 식장주위의 5천여 학부모들은 진지하게 경청했다. 학생들은 『민주주의와 정의를 외친 여러 선배들의 용기있는 행동이 문민시대를 열었다』는 부분에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김 대통령은 1시간동안 졸업식에 참석한 뒤 연단에서 내려와 학부모·졸업생들과 악수를 나누고 이들의 박수를 받으며 모교인 서울대를 떠났다.
김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졸업식 하루전날인 25일 청와대를 방문한 김 총장의 요청에 따라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
이같은 방문결정의 배경에는 서울대 5회 졸업생이기도 한 김 대통령이 문민정부 첫 대통령의 서울대 방문이 갖는 정치적 상징성을 충분히 고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47년 첫졸업때부터 3부요인들이 참석,국가행사처럼 치러지던 서울대 졸업식에 대통령의 발걸음이 끊긴 것은 75년부터였다.
유신선포이후 굳어져 가는 정국속에서 학생들의 차가운 반응이 박정희대통령의 서울대행을 가로막았기 때문이었다.
학생들의 강경반응으로 노태우대통령은 6공시절 내내 서울대 방문을 희망했으나 결국 그 뜻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92년 12월22일 대입학력고사날 대통령 당선자 자격으로 서울대를 방문,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을 격려하기도 했던 김 대통령은 정식 취임후 서울대 방문 의사를 여러번 밝혔으나 여러가지 사정으로 미뤄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대측은 지난해 12월에도 김 대통령이 서울대 도서관을 방문,학생들을 격려할 계획이었으나 우루과이라운드(UR) 파동 등으로 굳어진 정국때문에 불발됐다고 전했다.
한편 김 대통령은 졸업식이 끝난뒤 청와대로 돌아와 『대통령이 국립대학 졸업식에 참석해 치사를 할 수 있게 된 것은 문민대통령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이것도 문민시대에 이뤄진 변화와 개혁의 하나』라고 흐뭇해했다고 주돈식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이현상기자>
◎김 대통령 서울대 졸업식 치사/“기술·정보축적이 국가흥망 좌우”
이 나라 대통령으로서 실로 20년만에 서울대 졸업식에 참석했읍니다.
대통령으로서,여러분의 선배로서 벅찬 감회를 억누를 길이 없습니다. 40여년전,한국전쟁을 전후한 시기에 저는 대학생활을 했습니다. 전쟁의 포연은 가셨지만 이땅에는 정치적 밤이 너무도 오랬동안 계속되었습니다.
길고 암울한 시대의 상황과 인간의 양심이 대학생을 거리로 내몰기도 했습니다. 이 교정을 거쳐간 많은 젊은이들이 민주주의와 정의를 외쳤습니다. 그들의 용기있는 행동이 오늘의 문민시대를 열었습니다.
이제 분노와 저항의 시대는 갔습니다. 투쟁이 영웅시되던 시대는 갔습니다. 이제는 빼앗겼던 시간을 되찾아야 합니다. 개혁과 창조의 선두에 대학이 서야 합니다. 대학은 자율과 책임으로 활기차고 역동적인 지식의 산실이 되어야 합니다. 새로운 기술과 정보,진취적 발상이 대학에서 나와야 합니다.
우리는 안타깝게 치욕의 역사속에서 민족문화에 대한 긍지와 자존심을 잃어 버렸습니다. 그러나 지금부터라도 자신감을 가져야 합니다.
여러분이 활동할 무대는 광대무변의 바다입니다. 국경없는 경제전쟁의 시대,지식과 정보의 힘이 개인과 나라의 성패와 사활을 결정할 것입니다. 무한경쟁의 세계는 거대한 도전과 위협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야망을 가진 사람에게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야망을 가지고 두려움 없는 큰 걸음으로 개인과 나라의 앞길을 거침없이 열어가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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