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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빈,「이」정착촌 문제로 “고심”/「헤브론학살」과 자치협상의 미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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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병력 잔류시켜 현상유지 계획/「팔」측 “충돌필연” 철거 요구 뻔해
헤브론의 학살사태를 계기로 이스라엘 정착촌 문제가 팔레스타인과 평화체제를 이룩하려는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의 정책에 최대 걸림돌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학살 사건이 발생한 헤브론시는 그동안 유대인 정착민과 팔레스타인인 사이에 충돌이 끊이지 않았던 대표적 지역이다.
현재 이스라엘은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에 모두 1백44개의 정착촌을 건설,12만5천명의 유대인이 살고 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자치실시 이후에도 가자지구의 다른 정착촌과 달리 가구수가 얼마 안되고 멀리 떨어져 있는 유대인 정착촌인 네트자림을 폐쇄시키고 자치지역내 정착촌에 이스라엘 병력을 잔류시켜 정착촌을 그대로 유지시키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재 팔레스타인 자치를 저지하기 위해 유대인판 인티파타(봉기)를 도모하고 있는 정착민들과 팔레스타인인들 사이에 이번 총기난사 사건과 같은 충돌이 반복될 가능성이 상존함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 양측이 가능한한 빠른 시일안에 워싱턴에서 자치협상을 재개하기로 동의,일단 자치협상의 「탈선」을 피한 가운데 협상이 재개된다면 이스라엘 정착촌 제거문제가 최우선적으로 PLO측에 의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사태 직후 나세르 알­키드와 PLO측 유엔 업저버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의장에게 보내는 서한을 통해 이스라엘 점령지내 팔레스타인인들의 보호를 위해 유엔 평화유지군의 파견을 요청하는 한편 유대인 정착촌이 평화에 장애가 되므로 제거돼야 한다고 결의한 유엔안보리의 결의안을 상기시켰다.
이번 총기난동 사건으로 자치협정을 반대해온 강경 회교원리주의자들은 물론 PLO내 아라파트 자신의 파벌인 파타파 내부에서도 자치협상의 중단을 촉구하고 나서고 있는 형편이다.
따라서 이스라엘측은 일단 협상재개 원칙에만 동의한 아라파트 의장에게 협상을 재개할만한 충분한 명분을 주어야 할 입장이다.
결국 이번 사건의 성격을 감안할 때 PLO측은 협상 반대파들을 설득하기 위한 명분으로 정착촌의 완전한 폐쇄는 아니더라도 상당수의 정착촌 제거를 들고 나올 공산이 크다.
74년부터 77년까지의 집권기간중 유대인 정착촌 건설에 불을 댕겼던 장본인인 라빈 총리는 지난해 9월 PLO와 평화협정을 체결한뒤 유대인 정착민들의 노골적인 저항으로 골치를 앓아왔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라빈 총리는 유대인 정착촌에 대한 운신의 폭이 더욱 넓어져 역설적으로 협상 여하에 따라 자치협상을 더욱 진전시키는 계기를 잡을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창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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