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부럼.덕담 주고받는 시민과 경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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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이웃이 당한 불행에 아픔을 같이하면서 사건 해결을 위해 고생하는 경찰관들에게 작은 위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24일 저녁무렵 卓明煥씨 피살사건 수사본부가 차려진 서울노원구 월계3동파출소는 뜻하지 않은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인근 월계 시영아파트 주민 20여명이 대보름을 맞아 부럼과 과일등을 한아름 들고 수사본부를 방문한 것.
주민들은『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며 근무중이던 경찰관들과 함께 부럼을 깨뜨리고 덕담을 주고 받았다.
『자꾸 경찰이 다녀가고 이 일대 아파트가 집집마다 호구조사를받고 있다는 보도에 처음에는 꺼림칙했지만 잠시도 쉬지않고 집집마다 찾아다니는 경찰관들을 보며 고맙기도 하고 미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주민들은『범인을 빨리 잡아 다행』이라는격려도 잊지 않았다.『귀찮기만 할텐데도 문을 두드리는 경찰관에게 따뜻한 차를 대접하고 성의껏 응답해주는등 사건 해결에 주민여러분의 도움이 컸습니다.』 경찰관들도 환한 얼굴로 주민들의 손을 마주잡았다.
관내 순찰을 돌다 급히 달려온 노원경찰서 李糖宰서장은『눈물이날만큼 고맙고 경찰생활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답례하면서『범죄를 막고 해결하는데 시민의 협조와 격려가 가장 큰 힘이 된다는것을 새삼 느끼게 됐다』고 고마워 했다.
『이럴 때는 술이 있어야 된다』면서 가게에 다녀오겠다는 주민과『근무중엔 절대 안된다』며 한사코 만류하는 경찰관들의 밀고 당기는 모습을 보면서 차가운 겨울바람을 녹이는 훈훈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
〈方情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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