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이 난사 「팔」인 수백명 사상/요르단강 서안 회교사원 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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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보복다짐 곳곳서 유혈폭동/안보리 긴급소집 대책논의
【헤브론·워싱턴=외신 종합】 이스라엘 점령지 요르단강 서안의 한 회교사원에서 25일 아침(한국시간 25일 오후) 한 유대인 정착민이 기관총을 난사,기도하던 팔레스타인인 50여명이 숨지고 수백명 이상이 부상하는 사건이 발생함으로써 어렵게 실마리를 찾아가던 중동평화 회의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관계기사 4면>
사건이 발생한 직후 현지 팔레스타인인들은 총파업을 선언하고 이스라엘 군경과 투석전을 벌이는 등 소요가 확산되고 있어 80년대 후반 이스라엘 점령지를 휩쓸던 인티파타(봉기)가 재연될 조짐이다. 또 팔레스타인 과격단체들은 일제히 보복에 나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사건은 이슬람 성지이자 기독교 성지인 헤브론시 회교사원 이브라힘 모스크에서 팔레스타인인 8백여명이 새벽 기도를 드리고 있는 아침 5시45분쯤 일어났다.
목격자들은 범인 바루크 골드스타인(38)이 군복차림으로 사원에 들어서자마자 기도하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수분동안 가릴 기관총을 난사했다고 전하고 그가 사격을 중지하자 기도하던 사람들이 그에게 의자·소화기 등을 던졌다고 말했다.
골드스타인은 현장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골드스타인은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83년 이곳에 정착한 유대인 의사로 이스라엘 점령지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을 추방할 것을 주장하는 과격파 유대교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이 일어난 직후 해브론시에는 통행금지가 선포됐으나 1만2천여명의 시위대가 거리 곳곳에서 이스라엘군과 충돌했으며 군의 발포로 15명이 숨지고 부상자가 속출하는 등 소요가 확산되고 있다.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는 사건이 발생한 직후 『역겨운 살인범죄행위』라고 비난하고 『한 정신이상자의 소행때문에 화해가 무산돼선 안된다』면서 아랍인들이 보복에 나서지 말 것을 호소했다.
그러나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 의장은 이번 사건이 중동 평화회의를 크게 후퇴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엔은 나세르 알키드와 PLO 대표의 요청에 따라 25일 밤 안전보장이사회 비공개 회의를 개최,이번 사건에 대한 국제사회 대책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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