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정부지원 축소로 침울-대기업 활기와 대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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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신정부 출범 한돌을 맞아 서울 여의도광장을 사이에 두고 비스듬히 마주보고 있는 전경련회관과 중소기업회관 간에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전경련은 요즘 제2이동통신사업자 선정,SOC(사회간접자본)투자참여,각종 경제행정규제완화 등으로 잔뜩 고무돼있는 분위기다.
반면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는 오히려 정부의 잇따른 지원축소 방침으로 착잡한 표정이다.
지난해 상반기 전경련이 신정부의 개혁드라이브 분위기 속에서 숨을 죽이고 기협중앙회가 정부의 中企지원위주 정책으로 바쁜 움직임을 보였던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이같은 현상은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 타결이후 정부가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위해 지원중심이었던 정책을 자율과 경쟁쪽으로 급격히 선회하고 있는데서 비롯되고 있다.
외국기업에 빗장을 열어제치기로 한 이상 언제까지나 중소기업을온실안에 놓아 둘 수 없다는 것이다.
우선 정부는 중소기업들의 오랜 보호막이었던 고유업종제도와 단체수의계약제도를 수술대에 올려놓았다.
지난 15일 상공자원부의 李健祐 중소기업국장은 중소기업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中企고유업종중 58개품목을 올 9월부터 해제하고 나머지 품목도 단계적으로 줄여 나가는 한편 단체수의계약제도는 대폭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또 재무부는 최근 예산회계법시행령 개정안을 마련,정부 조달물품을 공급하는 단체수의계약제도에 경쟁방식을 도입할 것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의 실명제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중소기업계가 개방의몸살을 앓고있는 셈이다.
고유업종 해제를 앞둔 계면활성제조합 등에는 벌써부터 일부 대기업의 시장조사설이 나돌고 있다.
이때문에 朴尙奎 기협중앙회장은 상공부.재무부를 자주 들락거리고 있다.
정부가 업계 현실은 제대로 감안하지않고 장기적인 대책마련 없이 자율과 경쟁만을 너무 앞세운다는 중소기업인들의 불만을 대변하기 위해서다.
朴회장은 중소기업들도 무한경쟁시대를 맞아 기업활동을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고유업종제도 등을 더 이상 고집할수는 없지만,대기업과의 동반자관계가 아직 미흡한 시점에서 정부가 지나치게「경쟁」의 멍석을 서둘러 펴고 있다며 정부 관계자들을 설득하고 있다. 개방화에 따른 중소기업의 체질강화가 피할수 없는 과제지만 업계의 충격을 줄일수 있도록 장단기지원정책의 빈틈없는 수립노력이 아쉽다는 호소다.
그러나 중소기업계 일각에서는 그동안 너무 정부의 보호와 지원에만 안주해온 나머지 일부 중소기업들이 기술개발.인재양성등 경쟁력강화 노력을 게을리해 온 것이 사실이라며 자구노력이 필요한때임을 강조하기도 한다.
〈朴承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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