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특허 괴물’들 한국 노린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3면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있는 인터디지털사가 2005년 12월 세계 최대 휴대전화 제조업체인 노키아를 상대로 이동통신 관련 특허소송을 제기했다. 그 후 인터디지털사는 노키아로부터 2억5300만 달러의 로열티를 받기로 합의하고 소를 취하했다. 삼성전자도 이 회사로부터 소송에 휘말려 670만 달러의 로열티를 지급했다. 이후 인터디지털사는 여러 휴대전화 업체에 소송을 내겠다고 경고했고 이에 LG전자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해 지난해부터 3년간 매년 9500만 달러씩 총 2억8500만 달러의 로열티 계약을 했다.

 인터디지털사는 미국에서 특허소송을 제기해 막대한 로열티를 챙기는 대표적인 특허소송 전문기업으로 꼽힌다. 생산시설이나 영업망을 갖추지 않은 채 무선통신 분야 특허 4200여 개를 보유하고 있다. 특허 전문가들은 이런 회사를 ‘특허괴물(Patent Troll)’이라고 부른다.

 20일 특허청에 따르면 1996∼2002년 인터디지털사가 국내에 특허 출원한 건수는 10건 전후로 미미했으나 국내 통신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출원 건수가 대폭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삼성전자에 소송을 걸기 전 해인 2005년 468건으로 가장 많은 특허를 출원했다. 올해도 84건의 특허를 출원해 심사를 기다리는 중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특허 괴물’로는 인터디지털을 포함해 NPT, 포젠트 네트워크, 인텔렉추얼 벤처스, 아카시아 리서치, 오션 토모, 머크익스체인지, 텔레플렉스 등 8개 회사가 꼽힌다. 이 가운데 인터디지털과 NPT, 포젠트 네트워크 등 3개사가 가장 공격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허청 배진용 심사관은 “중소기업이나 폐업한 회사 및 개인 발명가 등의 특허를 ‘특허 괴물’들이 노리고 있다”며 “국내 대기업들은 특허 괴물의 활동을 잘 살피며 그들의 공세에 적극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재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