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 열풍'에 '사기 광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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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모 유학업체 대표가 경찰에 붙잡혔다. 해외 유학 알선 사이트를 개설하고, 원서 접수비와 등록금을 가로챈 혐의다. 횡령액은 대략 3억원. 경찰은 이 사이트에 소개된 상담원과 직원 학벌을 비롯, 유학원을 통해 해외 유명대학에 다니는 학생의 수기 등 유학원 광고 내용이 모두 가짜라고 밝혔다.

류성연 배형석교육원 유학팀장은 “영어교육의 이상과열이 빚은 유학사기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유학은 자녀의 장래가 걸린 중대사다. 아차 발을 잘못 디뎠다간 두고두고 후회하기 십상이다. 따라서 유학원 선택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시행착오를 겪지 않으려면? 중앙일보 프리미엄이 구체적으로 짚어봤다.

유형 및 대처 방안------------------------
학비 떼먹고 자취 감춰…입금은 꼭 회사통장에
턱없이 많은 돈 요구땐…여러 유학원 꼼꼼히 비교
홈페이지에 과장 광고…체험수기 등 맹신 금물

# 유학 비용 횡령
가장 흔한 사기 유형이 비용 횡령이다. 박모씨(43·강남구 도곡동)는 자녀의 미국 유학 절차를 밟는 6개월 동안 O유학원의 A실장과 절친해졌다. 그러나 이것이 화근이었다.

A실장은 학비를 본인 계좌에 넣도록 유도했다. 해외유학원 계좌로 송금하면 현지에서 입금 확인에 2~3일 걸린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박씨는 일리가 있다고 여겨 아무 의심없이 A실장 계좌로 입금했다. 며칠 후, O유학원의 다른 담당자가 A실장의 퇴사와 미국 학교의 학비 미납을 박씨에게 통보했다. 유학원은 모든 것을 A실장 개인과의 문제로 몰아갔다.

유학원 계약서와 홈페이지에도 법인 계좌가 분명히 노출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박씨는 또 다시 학비를 내고서야 자녀를 미국에 보낼 수 있었다.

▶ 대처 요령 : 모든 입금은 회사 명의 통장으로
평소 친분이 있거나 인지도가 높은 유학원이라 해도 개인 계좌로의 입금은 금물이다. 며칠 송금이 늦어지더라도 절차대로 처리해야 한다. 현금으로 건네는 일은 가급적 삼가라.

불가피하게 현금으로 지불해야 할 경우 유학원 명의의 영수증을 반드시 챙겨라. 입금 즉시 학교측으로부터 이메일 또는 문서 상의 영수증을 받아둬야 한다. 특히 담당자가 유학원 밖이나 은밀한 곳에서 상담을 원한다면 의심할 필요가 있다. 또 수속 계약서·환불 동의서·입학 허가서 등이 제대로 됐는지, 서로 서명을 했는지 꼼꼼히 체크해 봐야 한다.
 
# 과다한 서비스 비용
유학 수속 서비스 비용은 유학원마다 제각각이다. 대부분의 유학원은 그렇지 않지만 일부에서 높은 서비스 비용을 요구하기도 한다. 황모씨(46·동작구 방배동)는 자녀의 희망에 따라 중국유학을 결정했다. 두루 상담해본 결과 B유학원 원장이 가장 믿음직스러워 수속을 의뢰했다. 그러나 현지 도착 후 자녀와 함께 유학중인 안모씨(45·분당구 정자동)를 통해 안씨의 아이보다 2배 이상 비용을 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당초 B유학원의 학비·가디언 서비스 등 비용 안내는 거짓이었다. 이에 대해 B유학원은 “같은 물건이어도 가격은 다를 수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 대처 요령 : 지나친 고가·염가 컨설팅 경계
한국에서 외국 현지 물가를 속속들이 알 수는 없다. 번거롭더라도 여러 유학원의 프로그램을 비교해 비용이 적정한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유학 관련 서비스 비용에는 인건비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제공하는 내용에 따라 컨설팅 비용은 비쌀 수도 있다.

이때 유학원의 능력 여부를 잘 판단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동안의 경험과 실적이다. 단순히 구성원이 미국 유명대학을 나왔거나 미국에 있었다고 해서 비싼 컨설팅비를 내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수속비가 지나치게 싸도 조심해야 한다. 서비스 질이 수준이하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 말만 번드르르한 상담
홈페이지 광고나 유학원 브랜드 이미지를 맹신하는 것도 금물. 지모씨(39·송파구 잠실동)는 평소 호감을 갖고 있던 유명 브랜드의 D유학원을 선택했다. 방문해보니 깔끔하고 고급스런 분위기에 더욱 믿음이 갔다. 게다가 상담을 담당했던 P실장은 미국에서 대학원까지 나온 유학파였다.

P실장은 자신의 실적을 떠벌리며 학업성적과 영어실력이 부족한 지씨의 아이를 미국 명문 사립고에 보낼 수 있다고 장담했다. 결과는 불합격. P실장은 "아이의 학교 인터뷰 성적이 너무 낮아서" 라고 변명했다.

결국 아이는 차선책으로 다른 학교를 택해 미국으로 떠났다. 유학원에서는 그곳도 좋은 학교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아이에게 들려오는 현지 소식은 달랐다. 학교 교육 등 전반적인 생활 수준이 열악하다고 하소연했다.

▶ 대처요령 : 입학 가능성 꼼꼼히 따져라
학부모 대부분은 자신에게 유리한 내용만 기억하는 특성이 있다. 유학원에서 무조건 좋은 학교만 들먹인다고 결코 좋은 상담이 아니다. 입학가능성 여부를 명확히 짚어 주는지, 학교 범위를 다양하게 선택해 주는지 꼼꼼히 따져보고 정확하게 판단하는게 중요하다.

‘학생이 좀 부족하지만 우리 유학원에서 진행하면 충분히 좋은 학교에 갈 수 있다’는 식의 달콤한 말에 빠져선 안된다. 또 유학원 직원의 학력이 좋다고 유학수속을 잘해준다는 보장은 없다. 홈페이지는 비용만 들이면 얼마든지 멋지게 제작할 수 있다. 홈페이지에 올라온 체험수기·사진·기타 광고 이미지에 현혹되는 것도 금물.

도움말= 배형석어학원 02-3448-8200·(주)브래인파트너스 GET 02-539-2727· 중앙일보에듀라인 02-3469-1373·페르마에듀 02-3452-6772

프리미엄 라일찬 기자 ideaed@joongang.co.kr

사기일까? 아닐까?
▶ 유학 후 6개월정도 지나면 ESL을 끝내고 정규반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유학원의 말만 믿고 Grade 8의 아이와 함께 근심 없이 시작한 유학생활.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Grade10이 되어서야 정규반으로 옮길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Class만 옮겨졌을 뿐 아이는 현지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 영어 공부를 힘겹게 지속하고 있다.

▶ 한국 학생이 적은 사립학교라는 말에 아이와 함께 온 유학. 교정도 없이 건물만 있는(우리나라의 학원과 흡사), 90%이상이 중국학생인 학교였다. 학교에 대한 실망과 유학원에 대한 원망으로 시작된 유학 생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 한국의 지나친 사교육이 싫어 유학을 결심하고, 유학만 가면 모든 문제가 해결 된다는 달콤한 유학원의 상담에 결행했다. 그러나 현지에서도 많은 학원들과 다양한 사교육으로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는 것은 한국의 현실과 다를 바 없다. 결국 외국까지 가서 그곳의 문화를 경험하지 못하고 공부에 지쳐가기는 국내와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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