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함메르 쇼트트랙의 영웅들-김기훈.채지훈.원혜경 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1m70㎝.55㎏으로 한국 여자선수중 가장 체격이 좋은 金昭希(18.대구정화여고)는 全利卿과 함께 대표팀 맏언니.
정화여중 시절인 90년 삿포로 겨울아시안게임에서 1천5백m 우승을 따내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5년째 한국 여자 쇼트트랙을 이끄는 간판주자.
기대를 모았던 2년전 알베르빌 5백m에서 9위에 그치는 부진을 보였으나 두달후 세계선수권대회 3천m 우승등 발군의 활약으로 종합 챔피언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이듬해인 93세계선수권에선 15위로 추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지난 1월 서울 목동링크에서 열린 제1회 세계주니어대회는 金의 재기를 알리는 신호탄.
金은 껄끄러운 상대였던 중국의 양양을 제치는등 거의 전종목 우승을 휩쓸며 종합 초대 챔피언에 등극,자신감을 회복했다.
全利卿(18.배화여고)은 레이스 운영에서 만큼은 국내 여자선수중 제1인자.숭의국교 5년때 쇼트트랙에 입문한 全은 동갑내기金昭希보다 한해 빠른 89년부터 태극마크를 달아 사실상 대표팀최고참. 90년 서울 목동링크에서 열린 제1회 아시안컵 3천m우승을 시작으로 92년 제3회 아시안컵 1천5백m 1위,93세계선수권 개인종합 2위등 착실한 성장을 거듭해왔다.특히 지난해엔 학생종별대회(4월).전국선수권(4월).전국남녀대회(10 월)여고부 종합우승을 독식,국내 1인자 자리를 굳혔다.1m58㎝의 작은 체구가 흠이지만 그만큼 교묘히코너를 파고드는 현란한 테크닉과 경기도중 상대의 장.단점을 파악,대비책을 세우는 절묘한 레이스 운영으로 남자부 金琪焄과 비교되기도 한 다.
발목 부상을 딛고 일어선 놀라운 투혼으로 금메달 획득에 크게기여함으로써 후배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元蕙敬(15.신반포중)은 지난해 가장 많이 매스컴의 각광을 받았던 쇼트트랙의 신데렐라.
지난해 6월 처음 국가대표로 선발된 샛별임에도 불구하고 고속성장을 거듭,국제대회 데뷔 무대였던 93프리올림픽대회(11월)1천m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며 주목을 끌었다.
元의 은메달은 당시 노르웨이에서 한국팀이 따낸 최고 메달.겁없는 신예 元은 1m60㎝.54㎏으로 현대 쇼트트랙의 추세인 파워 스케이팅이 뛰어난게 강점.
이같은 힘을 바탕으로 지난해 10월 제10회 전국남녀대회에서1천5백m 비공인 세계신기록을 작성,이어 열린 올림픽 파견 선발전에선 全利卿등 쟁쟁한 언니들을 제치고 당당히 1위를 차지,기염을 토했다.
올초 제1회 세계주니어선수권에선 체격이 좋은 金昭希에게 종합초대 챔피언 자리를 내줬지만 1천5백m 레이스에서 한차례 金을따돌리는등 무시못할 성장세를 과시.
지난해 여중생이 된지 3개월만에 태극마크를 단 金潤美(13.
정신여중)는 元蕙敬과 함께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차세대 간판.
1m50㎝.40㎏의 가냘픈 몸매에 올림픽 최연소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쥔 金은 만13세로 덩치들과 어울린 레이스내내 관중들로부터 끊임없는 박수갈채를 받았다.서울신천국교 1학년때부터 쇼트트랙을 시작,지난해 4월 제7회 전국남녀학생대회. 10월 제10회 전국선수권대회 여중부 5백m 1위를 차지한 것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으나 대표선발전 여자 1천m에서 원혜경.全利卿에 이어 3위를 차지하면서 주목을 받았다.金은순발력.지구력이 좋은데다 독종으로 불릴만큼 강훈을 소화,全明奎코치의 은근한 기대를 모았다.
밤마다 혼자 그날 연습에서 부진했던 원인이 무엇이었는가를 철저히 분석한 뒤에야 잠자리에 드는등 나이답지않은 성숙함으로 영광을 가져오는 밑거름이 됐다.
마치 졸린듯 커다란 눈망울의 金琪焄(27.조흥은)은 별도의 구구한 설명이 필요하지않는 한국 남자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의 대들보.
쇼트트랙이 시범종목으로 채택된 88년 캘거리올림픽 1천5백m우승에 이어 92알베르빌대회에서 1천m와 5천m릴레이등 남자부2개 전종목 금메달을 휩쓸었다.
金은 그러나 89년 불가리아 소피아 겨울유니버시아드 3관왕,89솔리힐 세계선수권대회 1천m 우승,90일본 삿포로 겨울아시안게임 3관왕,91삿포로 겨울유니버시아드 4관왕,91시드니 세계선수권대회 2관왕등 화려한 경력으로 이미 세계 정 상의 명성을 과시했다.
金이 빙상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리라국교 1년때인 74년.무릎이 자주 아파 스케이팅을 시켰다는게 아버지 金武正씨의 설명.
특별한 훈련없이도 각종 국교대회에서 상위 성적을 유지하는등 얼음지치기에 소질을 보인 金은 배재중을 거쳐 경기고 2년때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로선 체격조건(1m76㎝.65㎏)이 맞지않는다고 판단,과감히 쇼트트랙으로 전향했다.
경기가 끝난후 金은『메달을 목마르게 기다리던 선수단에 금메달을 선사할 수 있어 기쁘다』면서『중반을 승부처로 삼은 작전이 적중했다.체력이 뛰어난 지훈이가 페이스를 잘 유지해줘 후반에 선두로 치고 나갈 수 있었다』고 밝혔다.
金은 또『環太平洋대회에서 부진했던 것이 결국 전화위복이 된 셈』이라며『오슬로에서 집중적으로 정리훈련할때 금메달의 꿈이 구체화 되었고 오늘까지도 긴장을 풀지않았다』고 덧붙이며 남은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며 밝게 웃었다.
분장이라도 한듯한 하얀 얼굴의 蔡智薰(20.연세대).
곱상한 외모와는 달리 金琪焄.李準鎬 두 거목을 비집고 일어선기개가 돋보인다.金.李가 세계적 스타로 잘 알려져 늘 심한 견제의 대상이 되어온 반면 蔡는 국제무대에서 그다지 주목받지 않은 한국팀의 비밀병기.
경기고 3년때인 92년 여름 처음 태극마크를 단 蔡는 그해 12월 제3회 아시안컵 2관왕(3천.5천m릴레이)에 오르며 장거리 스타로의 면모를 과시한뒤 지난해 3월 93세계선수권대회 3천m에서 또다시 정상에 올라 특급 재목으로 인정받아 왔다.
1m72㎝.59㎏으로 다소 작은 체격이지만 지독한 연습벌레로스파르타식 훈련의 독종으로 소문난 劉泰昱코치를 아연케 했을 정도. [하마르=劉尙哲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