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와 만나는 한자] 各自爲政 (각자위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해양을 주름잡던 우리나라 대표 영웅은 이순신이다. 임진왜란(1592~98년) 당시 전쟁이 길어지자 백성의 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백성들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방문(榜文)이 나붙었다.

“살길이 막연한 피난민들은 생활을 보장해 줄 테니 전라도 고흥 목장성(牧場城)으로 모이시오. -삼도수군통제사 이순신”

이순신(1545~98)은 부하에게 다음과 같이 명령했다.

“부장들은 나이 든 군사를 모아 목장성에 보내 그들을 인솔하고, 군량미(軍糧米) 일부를 풀어 피난민 구호에 사용하시오.”

이순신은 적군과 싸우는 목적도 결국은 백성과 더불어 공존공영(共存共榮)함에 있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거짓 없는 배려는 장병(將兵)과 백성의 신뢰로 이어졌다. 그들은 각고면려(刻苦勉勵)로 보답해 승전(勝戰)의 기틀을 마련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화 흐름 속에서 해양 강국을 꿈꾸고 있다. 이를 위해선 노조와 사용자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노동자와 사용자가 똑같이 각자위정(各自爲政)의 평행선만 달려선 안 된다. 이런 맥락에서 항운노조의 클로즈드 숍 폐지는 상생을 통한 해양 강국의 꿈을 키워갈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영만 (동화작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