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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왜 10월 초 택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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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북한은 18일 남북 정상회담 연기를 제의하면서 회담 날짜를 10월 초로 잡아달라고 요청했다. 우리 정부는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한 끝에 10월 2~4일로 택일했다.

북한은 왜 9월이 아니라 10월 초를 선택했을까. 10월 2일이 갖는 정치적 의미는 무엇일까. 우선 수해 복구를 끝내고 회담 준비를 하기까지 한 달 이상의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동국대 고유환 교수는 "북한 지도부 입장에서 2차 정상회담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리더십을 과시하고 주민 결속을 다지는 중요한 행사"라며 "지금처럼 국민적 사기가 저하되고 북한 체제의 곤궁함이 드러난 시점에서 정상회담을 성공리에 치르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런 차원에서 북한의 제62주년 노동당 창건기념일(10월 10일)은 주목할 포인트다. 한 달여 동안에 수해 복구를 끝내고 정상회담에서 통일방안 논의, 남북 경협 확대 등의 성과를 거둬 상승 분위기를 노동당 창건일로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9월에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6자회담 실무회의.본회의, 6자 외무장관회담,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대외 관계도 변수 중 하나다. 북핵에 대한 국제 사회의 압박, 북.미 관계 진전, 그에 따른 한반도 정세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정상회담에 들고 나올 카드를 조율하기 위해서라는 얘기다.

남측의 대선 국면에서 10월 초란 시기는 선거 판세의 분수령에 해당한다. 북한 지도부는 정상회담 날짜가 대선에 가까워질수록 정상회담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고 믿었을 수 있다. 더욱이 10월 초는 범여권 국민경선의 막바지에 해당된다. 김정일 위원장의 본심을 딱 부러지게 단정하기 힘들지만 정상회담 카드를 정치적으로 최대한 활용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북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예영준.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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