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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서울의달 열연 탤런트 한석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한석규(30)는 91년 뽑힌 MBC-TV 20기 탤런트중 최고참이어서 반장을 맡았었다.그는 지난 연말 바로 20기의 담임이었던 정인PD로부터 주말연속극『서울의 달』출연제의를 받았을 때만해도 사기꾼「홍식」이 아니라 농촌 총각「춘섭」 역을 맡기려는줄 알았다.
『아들과 딸』의 석호역,『파일럿』의 상현역등 이전에 연기했던배역이 착실하고 모범적인 인물이었던 탓에,골방에 누워 한탕을 궁리하는 예비제비족 홍식을 자신이 맡게 되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던 그가 이제 블루스.지르박을 마스터하고,동국대 연극영화과 한해 선배인 최민식(춘섭역)을 꾀어내 본격적 제비 행각에 나서고 있다.물론「서민적 남성 드라마」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서울의 달』극중에서다.
『홍식의 밉지않은 사기꾼 기질은 제가 갖추지 못한 부분입니다.그런 역을 맡게 된 것은 연기자로서 큰 행운이죠.제비족 티를내보려고 청계천에 나가 반짝구두도 사 신어보고 복장도 세련되게보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석규는 짧은 경력에도 불구하고 차분하고 탄탄한 느낌을 주는 연기자다.
그가 외모나 개성등 눈에 띄는 스타성 없이 스타로 떠오른 드문 경우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러한 느낌은 상당부분 그의 목소리로부터 나온다.탤런트가 되기전 한햇동안 KBS성우를 했을 만큼 풍부한 울림을 갖고 있으면서도 안정감 있는 목소리는 그의 연기를 자연스럽게 떠받쳐주는큰 힘이다.
이제까지 그의 이미지는 문제학생보다는 모범생 같은 것이었다.
활기 없는 모범생은 답답함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스스로『서울의 달』출연이 연기생활의 전환점이라고 느끼고 있듯 그는 단순한 모범생 아닌「아슬아슬한 정열」을 숨기고 있는 인물로 성공적으로 변신하고 있다.
그의 변신은 그러나 뜻밖의 일은 아니다.사춘기 시절 미친듯 미술에 몰두하던 둘째형과 자살한 형 친구를 지켜보면서 겉으로 드러나진 않았으나 제법 심한 정신적 아픔을 겪었다.
삶과 예술에 대한 초보적 고민을 겪기 시작하면서 문학과 철학책을 뒤적이기도 했다.
그는 연출가가 될 생각으로 연극영화과에 진학했으나 학생 연극무대에 섰다가『소질 있다』는 말을 듣고 연기로 방향을 잡았다.
용문고 시절 한석규는 8부 중창단에서 테너를 맡을 만큼 노래를 잘 불렀다.84년 강변가요제에 과친구들과「덧마루」라는 그룹을 이뤄 출전,입상하기도 했다.
그러나『이제 다른 일에는 신경쓰지 않고 연기만 하고싶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버스 운전기사 집안 4형제중 막내인 그는 최근 광고모델을 6건이나 해『효도좀 했다』고 웃는다.
〈郭漢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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