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투자 귀재들의 조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앙SUNDAY 글로벌 주식시장이 급락 소용돌이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미국 서브프라임의 부실화가 첨단 금융의 네트워크를 타고 아시아·유럽·남미 등 전 세계 증시를 동시에 뒤흔들었다. 시장 참여자들은 망연자실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도대체 어떻게 봐야 하고 시장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투자자들은 궁금하기만 하다. 이 의문을 푸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과 ‘닥터 둠’ 마크 파버의 진단과 전망을 소개한다. 두 사람은 여러 면에서 대조적인 인물이다. 버핏은 10년 뒤 경제를 내다보며 주가의 단기 등락에 연연하지 않고 가치가 있는 주식을 적극적으로 사들인다. 반면 파버는 상승 순간을 만끽하다 급락 직전에 절묘하게 탈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요즘 상승세를 타고 있는 태국 증시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편집자>‘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주가 폭락은 기회다” “지금 주가와 집값이 떨어지고 있지만 5년 아니 10년 뒤에도 공장과 집은 여전히 지금 있는 곳에 있을 것이다.” 우리 시대 최고의 투자자로 통하는‘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76)은 지난 16일 미 CNBC와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에게 이런 화두를 던졌다. 길게 보면 지금의 시장 상황은 ‘한 차례의 호들갑’에 불과했던 것으로 기억될 것이란 얘기다. 산전수전 다 겪은 노장답게 그는 의연했다. 먼저 그는 주가와 집값 급등에 들떴던 시장 참여자들이 얼마 전까지 무슨 일을 벌였는지 꼬집었다. “몇 달 아니 몇 주 전까지 사람들은 모든 게 잘될 것이라고 여겼다.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돈을 꿔줬다.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생각했다. 또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부채담보부증권(CDO)을 사들였다. 조심성이란 없었다. 그런데 이제 그들이 갑자기 깨어나고 있다. 손에 쥐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 서둘러 믿을 만한 것으로 바꾸고 싶어 한다.” 사람들이 손에 쥔 게 황금인 줄 알았는데 돌이란 것을 깨닫고 놀라 내던지는 바람에 시장이 폭락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사람들마다 던지는 자산의 종류가 다를 뿐이다. 어떤 이는 주식을, 어떤 이는 구리 등 원자재를 버리고 있을 뿐이다. 요즘 금융용어로 말한다면 급격한 포트폴리오 재편이다. “막연히 오를 것 같아 사뒀던 가치 없는 자산들을 팔아치우고, 안전자산을 향해 내달리고 있다”고 버핏은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런 상황을 당연한 것으로 설명했다. “실수를 범하면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도록 하는 게 자본주의의 속성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시장은 더 원활하게 작동하게 된다.” 얼핏 들으면 자산가치의 급락을 기다려온 단기 투자자의 쾌재쯤으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수백억 달러를 굴리는 플레이어란 점을 감안하면 그에게서 근원적인 낙관론을 읽어낼 수 있다. 버핏은 “지금 주가와 집값이 급락하자 사람들이 망연자실해 세상이 끝났다는 표정을 짓지만 먼 훗날에 되돌아보면 별일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라며 “5년, 10년 뒤에도 기업은 잘 돌아가고 집은 사람들의 안식처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과 집이 그 가치를 유지하는 한 가격은 결국 오를 것이란 자신감의 표현이다. 그것도 1~2년이 아니라 10년 뒤 가치를. “사람들은 변함없이 일하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다시 주가와 집값 상승에 취해 어떤 값을 치르더라도 사려고 덤벼들 것이다.” 버핏은 사람들의 이런 속성을 대담하게 활용했다. 급락과 급등에 일희일비하지 않았다. 그 결과는 일반 투자자들이 상상하기도 어려운 투자성과를 올렸다. 41년이라는 세월(1965~2006년) 동안 연평균 21.4%(복리)의 기록적 수익을 올린 것이다. 그가 운영하는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의 최근 포트폴리오를 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새로 들어 있다. 지난 2월 불거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금융주의 값이 급락하고 있는 와중에 BOA 주식을 유유히 사 모은 것이다. 이런 버핏이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덧붙인다. “나는 (시장에서) 요란한 일이 터질 때를 좋아한다. 어떤 의미에서 (사건이 터지면 활기차게 움직이는) 기자와 같다. 주가가 그동안의 궤적에서 벗어나고, 적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더 많은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100% 그런 것은 아니지만 카오스가 발생하는 순간이 기회다. 자산가격의 급락은 우리에게 좋은 기회가 된다.” WHO? 버핏은 대공황이 시작된 1930년 8월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태어났다. 11세 때 처음 주식에 손을 댔다. 시티 서비스라는 회사의 주가를 38.25달러에 사들여 두서너 해 뒤 40달러에 팔아 조촐한 수익을 거뒀다. 하지만 주가는 나중에 200달러까지 치솟았다. 버핏은 이때 좋은 기업의 주식을 장기간 보유하는 게 가장 현명한 투자라고 확신하게 됐다. 그는 컬럼비아대학 경영대학원에 진학해 ‘증권분석의 아버지’ 벤저민 그레이엄에게서 배웠다. 1965년 버크셔 해서웨이를 설립해 지금에 이르렀다. 지난해에는 300억 달러가 넘는 돈을 공익사업에 쾌척했다. ‘닥터 둠’ 마크 파버 “반등하면 매도하라” “지금은 너무 떨어졌다. 반등이 예상된다. 이때를 이용해 보유 주식을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 마크 파버(61)는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측했던 인물이다. 지난 6월 24일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머지않아 주가가 급락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가 매수를 추천한 태국 주식과 미 재무부 2년 만기 채권은 급등했다. 지금 그의 판단은 어떤지 궁금해 방콕에 머물고 있는 그와 긴급히 전화 인터뷰를 했다. 국내 증시가 왜 다른 나라보다 더 많이 떨어졌는지를 먼저 물었다. “한국 주가만 폭락한 게 아니다. 브라질과 필리핀 등은 최고치 대비 30% 안팎으로 추락했다. 굳이 이유를 찾으면 상대적으로 많이 오른 시장이었다는 점을 들겠다. 한국 증시에는 단기 모멘텀투자에 치중하는 헤지펀드들이 적잖이 들어왔었다. 그들은 서브프라임 충격으로 손실이 발생하자 이를 메우기 위해 한국 주식을 대거 팔아치우고 있다.” 더 떨어질 것인가 아니면 반등할까. “반등할 것이다. 1800선까지는 회복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파버는 곧바로 경고를 덧붙였다. “먼 미래를 내다보고 주식을 보유할 생각이 아니라면 반등은 매도 기회”라고. “1987년 10월 블랙 먼데이를 계기로 시장 참여자들은 주가의 폭락기를 매수 타이밍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97년 아시아 금융위기와 98년 러시아 채무상환 연기(모라토리엄), 2001년 9·11테러 등으로 글로벌 주가는 폭락했지만 얼마 가지 않아 주가가 더 오른 것을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은 다르다. 이전 최고점을 회복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왜 그럴까. 파버는 이번 폭락이 실물경제나 금융의 위기상황 때문에 발생한 것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다만 지나치게 차입에 의존해 부푼 자산가격이 정상을 향해 뒷걸음치는 과정으로 설명했다. “2001년 이후 발생한 유동성 풍년 시기에 부풀 대로 부푼 자산가격의 거품이 걷히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나친 레버리지가 시정된다는 의미에서 디레버리지(Deleverage)라는 용어를 썼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일이 벌어진다. 헤지펀드나 투자은행들 중에서 파산하는 곳이 주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자금시장 긴장과 금리 상승으로 일부 기업은 돈을 구하지 못해 파산하는 일도 생긴다. 이런 악재들이 반등하는 주가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파버는 더 큰 위기가 찾아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브프라임 사태는 시작에 지나지 않는다”며 “올 연말께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집값 둔화와 주가 하락 여파로 미국인들이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다 그는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과 중국 변수도 살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당장 엔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 하지만 악재가 발생할 때마다 청산 여부가 시장 불안감을 증폭시킬 것이다. 한편 중국 주가는 올림픽 특수에 대한 기대로 급등한 측면이 있다. 그런데 그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올림픽이 열리는 내년 8월을 전후해 급격한 조정이 예상된다.” 그렇다면 시장 참여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물었다. “펀드 매니저나 정부 당국자의 말은 들을 필요가 없다. 위기를 일시적으로 진정시키기 위한 화술에 불과할 뿐이다.” 그는 투자자 스스로 중심을 잡고 독자적으로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분석할 자신이 없으면 (주식에서 손을 떼고) 나이트클럽에서 즐겨라! 시장이 진정된 뒤 돌아오면 된다.” WHO? 파버는 1946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태어났다. 24세에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70년대 미국 금융회사 화이트웰드에서 일한 뒤 80년대엔 정크본드 파문을 일으킨 드렉셀 번햄 램버트의 홍콩대표로 활동했다. 지금은 마크파버자산운용사의 대표로 있다. 최근 20년간 증시의 고비고비마다 특유의 직감·지식·정보·경험을 바탕으로 시장의 앞날을 명쾌하게 진단했다. 2002년에는 저서 '내일의 금맥'을 통해 중국·인도 증시의 대세상승과 금·구리·원유 등 상품 가격의 급등을 예언해 적중했다.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도 이 책을 극찬했다. 중앙SUNDAY 구독신청 [J-HOT] ▶'세상에…' 낙타가 주인여성 성폭행(?) 미수 살해▶종교재판서 외설판결 최초의 '노골적 여성누드'▶ '지단 박치기' 때 마테라치가 한 말 드러났다▶생존위기 몰린 동네 목욕탕 ▶李·朴 투표용지 촬영 놓고 '정면충돌'▶투탕카멘의 저주, 그리고 예수의 저주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