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 또 ‘예정일 징크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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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28~30일로 예정된 2차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북측 육로가 열렸지만 하늘이 노무현 대통령의 발목을 잡았다. 정상회담 개최 발표를 하루 앞둔 7일부터 북한 지역에 쏟아진 폭우 때문이다. 정상회담 개최 장소인 평양은 524㎜ 이상의 집중호우로 물에 잠겼다. 북한이 수해 복구를 위해 회담을 10월 초로 늦추자고 18일 제안해 왔다. 이로써 지금까지 날짜까지 합의했던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은 모두 예정일을 지키지 못했다.

‘역사적’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2000년 6월의 1차 남북 정상회담 성사 과정도 녹록지만은 않았다. 남북은 당시 6월 12~14일 회담 개최에 합의했다. 그러나 하루 연기되는 곡절을 겪었다. 예정 날짜를 이틀 앞둔 10일 오후 북한이 일정을 하루 연기하자는 전통문을 보낸 것. “기술적 준비 관계로 불가피하게 평양 방문 일정을 하루 늦추자”는 내용이었다.

정부는 발칵 뒤집혔다. 북측이 명기한 ‘기술적 준비’의 함의와 북한 내부 정세를 점검한 뒤 북측 제안을 수용키로 했다. 당시 기술적 문제는 정상회담 대가로 지불키로 했던 송금 지연에 따른 북측의 반발이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회담은 6월 13~15일 개최됐다.

남북은 94년 7월에도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했다. 1차 핵 위기로 미국이 대북 군사행동을 검토하면서 한반도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점이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방북(6월 15~18일)해 김일성 주석과 회담하고 극적으로 남북 정상회담을 끌어내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 7월 25일 평양을 방문키로 했다. 그러나 7월 8일 김 주석 사망으로 정상회담은 무산됐다. 이후 김 주석 조문 파동에 휩싸이면서 남북관계는 오히려 얼어붙었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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