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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美언론에 놀아나는 세계매스컴-케리건.하딩 극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94릴레함메르겨울올림픽의 참가선수는 단2명에 불과한 것일까.
17일 몽고가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출전티킷을 획득해 이번 올림픽 참가국은 66개국에서 67개국으로,선수는 1천9백2명에서 1천9백3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개막 엿새가 지났고 17개 금메달의 주인공이 탄생했건만 방송을 앞세운 미국언론을 포함,각국 매스컴의 하이라이트는 여전히 낸시 케리건.토냐 하딩의 일거수일투족에 집중돼있다.
바로 올해초 승부욕에 눈이 먼 청부 테러사건으로 미국을 떠들석하게 했던 피해자와 가해자 관계의 이들 두 미국피겨선수들이「올림픽을 삼켜버렸다」는 평가를 낳을만큼 요란스레 화제의 초점이되고있는 것이다.
개막식이 열리던 날 이곳 메인프레스센터는 피해자인 케리건의 기자회견으로 한바탕 시끌벅적한 진풍경을 연출했다.
소란의 주인공은 바로 가장 많은 취재단이 파견된 미국언론.
가해자 하딩의 올림픽출전 여부가 연일 대서특필되더니 급기야 16일(현지시간)엔 오슬로공항에 도착,릴레함메르로 향하는 하딩의 모습이 생중계됐다.
17일 오후1시40분부터는 하마르의 한 연습장에서 케리건과 하딩이 처음으로 함께 훈련하는 장면이 역시 모든 경기의 중계를중단한채 10여분간 생중계됐다.
여기에 각국 언론들도 부화뇌동,훈련시간 5시간 전부터 몰려든기자들이 5백명이 넘어 말그대로 연습장이 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그밖에 케리건이 2백만달러(약 16억원)를 받고 월트디즈니사의 광고모델로 나서게 됐다느니,하딩이 25만달러에 포르노잡지인 플레이보이에 출연키로 했다는등 진실과 뜬소문이 뒤엉켜 신문의 여백을 채운다.
피나는 훈련끝에 각기 대표로 선발돼 평균기온이 영하15도를 밑도는 이곳 북구의 작은도시까지 날아와 조국의 명예를 위해 사력을 다해 싸우는 여타 1천9백여 올림피언들의 활약상은 도대체어디로 증발한 것일까.
하딩의 올림픽 우승확률은 겨우 7분의1에서 8분의1,케리건도잘해야 5분의1에서 6분의1에 불과하다는 전문가들의 평가에 비추어 볼때 이들에게 집중된 관심은 미국식의 멜러드라마 연출에 세계가 놀아나는 것이 아니냐는 느낌을 ■울수 없 다.
그런데 이같은 국제적인(?)관심사에 끼어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만 한국선수가 있다.
콜로라도주립대에 유학중인 李倫貞이다.
李는 하딩의 도착전까지는 케리건과 함께 이곳에 가장 먼저 들어온 여자피겨선수.
케리건과 같이 연습한 죄(?)로 李는 뜻하지않은 세계매스컴의표적이 됐다.
李의 말을 빌리자면 이제까지 약 5천여명은 됨직한 취재진의 공세에 시달려 연습에 지장이 있을 정도라는 것이다.
게다가 李는 한국선수단 단장이자 대한빙상연맹 회장인 張明熙씨로부터 케리건과 하딩의 화해 중개자가 되라는 웃을수도 없는 훈시(?)까지 들었으니 경기도 치르기전에 파김치가 되고 만것이다. [릴레함메르=劉尙哲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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