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관련 부처 손발 안맞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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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방미 한 외무 일정 국방부서 모르고…/팀훈련 중지 발표시기 서로 다르고…
최근 북한 핵문제를 둘러싸고 통일·외무·국방 안보관련 부처들간에 서로 손발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아 정부의 위기관리 체제에 이상이 있는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는 것이 ▲한승주 외무장관과 윌리엄 페리 미 국방장관 회담 ▲패트리어트 미사일의 한반도 배치문제 ▲팀스피리트 중단발표 시기 등이다.
정부는 북한 핵문제가 급기야 한반도 위기설로까지 비화될 조짐을 보이자 8일 김영삼대통령 주재로 안보관계 장관회의를 열고 「한반도 위기설」을 잠재우는 한편 유엔안보리 회부이후 정부측 전략 등 다각적인 대응방안을 협의했었다.
이날 회의는 김 대통령이 새해들어 처음으로 주재한 안보관계 장관 확대회의로 이 자리에는 이회창총리·이영덕 부총리겸 통일원장관을 비롯해 외무·국방장관,안기부장 등은 물론 청와대 비서실장과 외교안보수석도 참석했었다.
그후 한 장관은 당초 16일로 예정됐던 일정을 9일로 앞당겨 급히 미국으로 달려갔다.
11일 워싱턴에서 그는 페리 미 국방장관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그는 미 언론의 보도처럼 한반도가 결코 위기상황은 아니라는 점을 주지시켰다.
그러나 정작 페리 장관의 상대역인 이병태 국방장관은 한 장관의 이날 페리 장관 접촉사실을 사전에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한·페리 장관간 회동사실을 외신보도를 보고서야 알게 된 국방부측에서는 『출국전 귀뜀이라도 해주었더라면…』하며 내심 섭섭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국방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청와대 안보관계 장관회의 때 바로 옆자리에 앉았었던 한 장관이 페리 미 국방과 만날 계획을 갖고 있었으면서도 우리쪽에는 일언반구도 없었다는 것은 부처간 공조체제에 뭔가 큰 허점이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국방부에는 외무부 파견관이 상주하고 있고 주미 대사관에도 무관이 주재하고 있어 외무장관의 일정 정도는 얼마든지 사전에 알 수 있도록 채널이 갖춰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방부는 한 장관의 페리 접촉 정보를 전혀 입수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패트리어트 미사일 배치문제의 경우 지난 연말 클린턴 미 대통령의 안보보좌관이 청와대 정종욱 외교안보수석에게 전화를 걸어 이같은 사실을 협의했으며,그후 외무부가 「한국배치검토」를 공식 발표할 때까지도 국방부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측은 『이처럼 중요한 군사문제를 담당부처와 사전 협의없이 추진하는 것은 전혀 없던 일』이라며 향후 안보관련 팀웍 형성에 큰 우려를 표시했다.
북한 핵사찰 수용사실이 알려진 16일이후에도 정부는 관련부처간 의견불일치 현상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그동안 팀스피리트 문제에 관한한 일체의 공식적 언급을 삼간 국방부는 이날 오후 『팀스프리트 중지발표는 빨라야 다음달 10일 전후가 될 것이며 팀훈련 중지문제를 공식화하기에는 아직도 시기상조』라는 신중한 입장을 비공식적으로 밝힌바 있다.
그러나 다음날인 17일 오전 통일원 관계자는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을 수용함에 따라 올해 팀스피리트 훈련중지를 다음주중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통일원에서 이같은 발표가 있을 때까지도 국방부는 전날 밝힌 입장을 고수하며 그것이 관련부처간에 사전 입장을 조율해 나온 것인지의 여부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도 없었다.
국가안보 문제를 놓고 이처럼 부처간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데 대해 일부 군사전문가들은 새정부 출범이후 국가안보 문제가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지는 현실에 근본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김준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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