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시험 어떻게 보완하나(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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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어떤 제도,어떤 법이든 제정 당시의 의도와 현실적용 사이에는 틈이 벌어지게 마련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도 지난 한해 실시해보니 예상밖의 문제가 생겨났다. 통합사고와 탈교과서적 평가방식이 교육의 새 방향을 유도한다는 점에선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몇몇 세부적 사항은 보완되거나 수정돼야만 할 문제점으로 떠올랐다.
첫째가 계열별 시험을 실시할 것이냐,아니냐는 문제다. 당초 계열별 시험을 보지 않기로 결정한데는 나름대로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수능시험은 글자 그대로 대학에 진학해 수학할 능력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기본적 수학능력을 테스트하고 계열별·전공별 시험은 본고사에서 치른다는게 기본 방향이었다.
그러나 지난 입시에서 본고사를 치른 대학이 19개 대학밖에 되지 않아 앞뒤가 맞지 않는 결과가 나왔다. 미분·적분 등 수학Ⅱ를 제대로 공부하지 않은 자연계 신입생들을 모아놓고 대학이 수학을 가르치는 진풍경이 벌어지게 됐다. 또 자연계 진학 희망자들이 진로를 바꾸어 인문계로 돌아서니 인문계 진학생 학부모들이 정부청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일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예체능계 지망생도 계열별 특수성을 주장하고 있다.
당초의 뜻과 달리 현실 적용 과정에서 이런 폐단이 생기니 인문·자연·예체능을 분리해 계열에 맞는 평가방식을 취하는게 보다 합리적이라고 본다. 이렇게 되면 종래의 학력고사로 후퇴하는게 아니냐고 하겠지만 평가방식이 종래와는 전혀 다른 시험인 만큼 후퇴 아닌 진일보한 제도라는 점에서 아무런 손상이 없을 것이다.
둘째,현행 두차례의 수능시험이 현실적이냐는 문제다. 지난 한해의 적용으로 학교수업의 정상화와 시험의 난이도 조정에 있어 이미 문제점이 드러났다. 미국의 SAT처럼 여러차례 시험을 치러 가장 좋은 결과를 반영하는게 학생을 위해 좋다는 뜻에서 두차레 실시를 결정했지만 8월의 1차시험 이후에는 학교수업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아 학교수업 정상화라는 기본틀을 흔들고 있다. 지난번 시험처럼 2차 시험이 1차보다 어렵게 출제되면 온갖 원망과 비난이 쏟아지기도 한다.
이러니 당초의 선의가 현실에서는 거추장스럽고 불편하며,오히려 나쁜 관행을 조장할 소지마저 있게 되었다. 응시기회가 줄어드는 단점은 있지만 12월이후의 1회 실시를 할 수 밖에 없는게 현실적용에서 얻은 경험이다.
수능시험이 계속해 사고력·응용력을 중시하는 통합사고와 탈교과서적 평가방식을 밀고 나간다면 이는 교육현장의 교육방식을 전면적으로 개편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굳이 대학별 본고사를 고집하지 않고서도 대학은 수능시험 결과만을 선택하는 때가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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