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서도 '스파이더맨'이 될 수 있다(?)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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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파이더맨’은 과학적으로 실현 가능한 것일까. 현실에서 거미와 인간이 합쳐진 스파이더맨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 거미의 힘, 거미의 스피드. 스파이더맨에겐 그야말로 불가능이란 없다. 일부 전문가들은 엄청난 괴력을 가진 거미 인간이 이론상으로는 탄생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피터 파커가 거미로 변신할 수 있다는 설명은 유전공학에서 찾을 수 있다. 유전공학은 서로 다른 두 생명체의 DNA를 조합하는 것으로 새로운 생명체를 탄생시킬 수 있다. 외부 유전자를 어느 한 동물에 이식시켜 이전보다 개량된 품종을 얻는 것이다.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 쉐릴 하야시 생물학 교수는 “모든 생명체는 ‘게놈’을 갖고 있다. 거미의 게놈은 거미가 가진 유전자 암호인데 실제 여러 거미들의 가장 우수한 특징이 결합된 합성 거미가 나온다”며 “거미의 DNA와 피터의 DNA가 결합했다면 스파이더맨은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과학 전문작가 윌 매카디는 “만약 피터를 물었던 그 거미가 ‘RNA 종양 바이러스’를 품고 있었다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RNA 종양 바이러스는 숙주 세포에 침입한 뒤 자신이 갖고 있는 유전자 물질을 숙주의 게놈과 합체시킨다”며 “만약 파커의 게놈이 거미에게 물려 변형됐다면 거미의 유전자가 그의 게놈 속에 합체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인간인 피터 파커는 어떻게 거미줄을 만들 수 있을까? 스파이더맨이 악당과 싸울 때 가장 유용하게 사용하는 무기는 손목에서 나오는 거미줄. 이를 만들어내 빠른 속도로 이동하거나 자기방어에 이용하는 모습은 스파이더맨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장면이다.

거미줄은 가늘지만 매우 강하다. 거미의 복부에 있는 ‘방적 돌기’에서 나온다. 이 방적돌기에는 거미줄을 만드는 독특한 액체 단백질인 견섬유가 생산된다. 2002년 캐나다 ‘넥시아 바이오 테크놀러지’사의 과학자들은 염소 젖에서 거미줄을 뽑아내는데 성공했다. 유전자 조작을 거친 염소의 우유 분비 기관에서 견섬유 단백질 분자를 생산할 수 있다.

하야시 교수는 “염소 우유에서 거미줄 분자를 추출해 이를 의료용 봉합실로 만들어 이용이 가능하다”며 “이론적으로 볼 때 파커는 거미줄 단백질 분자를 생산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파커가 거미줄 단백질 분자를 실로 만들어 손목에서 쏠 수 있는 것은 어떻게 가능할까. 파커가 거미에게 물린 후 그의 몸에 침투한 바이러스가 손목에서 방적 돌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유전 암호를 발생시켰다고 가정하자. 그 부근에 있는 파커 세포가 거미줄 유전 암호에 적대적이지 않는다면 충분히 손목에서 실을 뽑아낼 수 있다.

어빈 캘리포니아대 제임스 팔론 교수(해부학ㆍ신경생물학) 는 “사슴뿔에 있는 유전자를 뽑아낸 다음 그 사슴뿔 유전자를 손에 이식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유전자 조합이 제대로만 이뤄진다면 사람도 사슴뿔을 기를 수 있고 그 뿔은 매년 성장할 것”이라며 “매우 복잡한 구조를 가진 생명체들의 경우엔 아주 많은 유전자들이 필요하고 그것들을 모두 이식시켜야 하는 큰 어려움이 있지만 이론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외에 손목에서 쏜 거미줄로 달리는 기차를 막을 수 있는지, 자신의 몸무게를 지탱하면서 날아다닐 수 있는지, 집채만한 무게의 물건을 들어올릴 수 있는지, 눈 깜짝할 사이에 건물과 건물 사이를 오갈 수 있는 스피드는 어떻게 가능한지, 땅으로 떨어질 때 낙하 속도를 맞출 수 있는지도 궁금하다.

히스토리채널은 17일 오후 10시 ‘스파이더맨’이 현실에서 탄생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는 ‘스파이더맨 테크’를 방송한다. ‘스파이더맨 테크’에서는 여러 분야의 과학자들이 출연, 스파이더맨의 뛰어난 힘을 분석해 실제 가능한 것은 무엇이고 허구는 어떤 것인지 풀어준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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