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취재일기>손발 안맞는 교통부.공진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택시요금 인상 첫날인 15일부터 시민들은 낯익은 미터기대신 계기판 곁에 매달린 요금조견표를 들여다보고 셈을 치르느라 언성을 높이는 일이 잦았다.거리요금은 포함 안된 조견표 때문에 웃돈을 요구하는 몇몇 운전사와 표에 나온 만큼만 내 겠다는 승객들간에 요금시비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말 시민들을 화나게 하는 것은 이같은 불편과 혼란을앞으로 5~6개월이나 더 겪어야 한다는 사실이다.공진청에 따르면 새 미터기가 제작돼 검사까지 마치려면 빨라야 7~8월에나 미터기 교체가 끝난다고 한다.
「미터기파동」의 원인은 요금인상 결정과정에서 주무부처인 교통부와 미터기검정.조정등의 관리를 맡고있는 공업진흥청간에 손발이전혀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요금인상을 검토해온 교통부는 단지「보안 유지」를 위해 관련기관인 공진청에조차 알리지 않은 채 연말에 요금인상을 전격 발표했다.
새 택시요금제는 정체될 경우에만 시간요금을 병산하던 과거의 요금제도와 크게 다르다.새 제도는 거리요금까지 함께 적용하므로미터기 검정기준부터 개정해야 한다.뿐만아니라 검정설비제작.담당공무원 교육등 복잡한 후속절차때문에 감독기관인 공진청이 인상내용을 미리 알고 교정작업에 대비할 시간을 가졌어야 했다.
그러나 교통부는『새 요금제를 먼저 알려주면 일반에 새나갈 우려가 있는데다가 공진청측은 일이 많아진다며 반대할 것이 뻔하다』는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인상사실을 함구,미터기 늑장교체를 자초했다.
공진청 또한 인상설이 나도는데도 교통부에 문의 한번 않고 있다가 발표가 나자 뒤늦게 교통부로 달려가 답변을 요구하는 법석을 피웠다.
정책결정을 함께 해야 할 유관기관끼리『귀찮다』는 한가지 이유로 대화를 기피한 손발 안맞는 행정 때문에 애꿎은 시민들만 이중고를 겪게 된 셈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