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이저리그 홈런왕 배리 본즈(샌프란시스코)는 약물 복용 의혹을 받고 있다. 그가 복용한 것으로 알려진 약물은 테트라 하이드로 게스트리논(THG)으로 도핑테스트에도 잘 잡히지 않는 새로운 것이다. 도핑 컨트롤 전문가들은 이를 첫 ‘디자이너 스테로이드’로 부른다.
약물 복용의 온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사이클의 경우 지난해 ‘투르 드 프랑스’ 대회 참가 선수의 약물 복용 파문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올림픽 정식 종목에서 퇴출될 수도 있다”는 경고를 받았다. 그만큼 약물 복용 문제는 심각하다.
◆금지 약물 220종=1997년에는 금지 약물이 100여 종에 불과했다. 불과 10년 만에 220여 종으로 늘었다. 스포츠 선수들은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약물을 복용하고, 반도핑기구들은 이런 약물을 찾아 계속 금지 약물 목록에 추가한 결과다.
KIST 김동현 도핑컨트롤센터장은 “선수들이 약물 복용 유혹에 쉽게 빠진다”며 “금지약물을 찾아내는 기술이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어 약물을 복용한 선수들이 빠져 나가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도핑컨트롤센터의 약물 분석 기술은 커피 잔에 설탕 한 알갱이만 넣어도 설탕 유무를 알아낼 정도로 정밀하다.
88서울올림픽 때 인간탄환 벤 존슨, 지난해 동아마라톤대회 우승자인 거트 타이스(남아공)의 약물 복용을 잡아낸 곳도 KIST 도핑컨트롤센터다. 약물 복용을 강력하게 제재하는 것은 선수들을 약물 부작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육상 선수 플로겐스 그리피스 조이너스 등 많은 선수의 사망이 약물 복용 부작용에 따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동구권에는 스포츠 종목의 감독을 할 만한 50대가 없다는 말도 있다. 1960~70년대에 극심한 약물 복용 부작용으로 선수들이 단명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경기력 향상된다면 약물 안 가려=근육 강화제인 스테로이드 사용은 사격 선수를 제외하고 모든 종목에 광범하게 퍼져 있다. 근력을 강화해 주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도핑테스트에서 스테로이드 변종이 가장 많이 잡힌다. 최근 들어서는 본즈처럼 약물을 새롭게 조합해 복용하면 잘 잡히지 않는다. 이런 점이 또 선수들의 약물 복용 유혹을 부채질한다.
항에스트론제는 유방암 치료제 중 하나다. 이 약을 먹으면 남성호르몬이 많아진다. 남성호르몬은 폭발적인 힘을 내게 해 경기력을 높일 수 있다는 생각에 이런 약도 서슴지 않고 먹는다. 키를 크게 하는 성장호르몬의 경우 근육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EPO라는 것은 적혈구의 양을 늘려 산소를 잘 흡수하도록 하기 때문에 육상<2219>스키<2219>사이클 선수 등이 찾는다. 일부 마라톤 선수는 경기 전 수혈을 통해 적혈구를 늘리는 방법도 사용하고 있다. 사격 선수의 경우 손 떨림을 방지하기 위해 혈압강하제를 먹기도 한다.
◆세계반도핑기구에 통보=금지 약물 복용 여부를 검사하기 위해서는 약 50cc의 소변을 받는다. 그 통에는 선수 이름 대신 번호를 적는다. 도핑 검사자가 선수 이름을 알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검사에서 약물 복용 양성 반응이 나와 확정되면 세계반도핑기구와 경기 조직위원회 또는 해당 단체에 통보한다. 김 박사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지만 아마추어 선수뿐 아니라 프로 선수에게 도핑 검사를 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도핑(Doping)=경기력 향상을 가져올 수 있는 약물을 의도적으로 복용하거나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220여 종이 금지 약물로 지정됐다. 도핑을 검사할 수 있는 곳은 고도의 분석기술을 가져야 한다. 세계적으로 KIST를 포함, 34곳이 세계반도핑기구의 승인을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