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말룡의원 즐거운 비명/시민·노동계서 격려전화 쇄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강연 참석 요청에 후원 약속도/정치권 “징계” 추진과 좋은 대조
「정의의 투사」 「개혁정치의 선봉장」 「한국의 바웬사」…. 노동위 돈봉투 추문을 폭로했던 김말룡의원(민주)은 최근 자신을 격려하는 하루평균 50여통의 격려전화와 20여건의 서신·팩시밀리·전보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국회 사무실은 물론 서울 구의동 집에 연일 쇄도하는 격려전화의 내용은 『정의는 언제나 승리하는 만큼 용기를 잃지말고 꿋꿋이 소신을 지키라』는 것이 대부분.
김 의원의 부인 박귀연씨는 이를 빠트리지 않고 메모해 귀가하는 남편에게 전달,남편의 「사기」를 북돋우고 있다.
새벽 2시반까지 인천·강원·대전·공주·영호남은 물론 멀리 제주에서까지 심심찮게 걸려오는 전화중에는 『후원회비를 낼테니 계좌번호를 가르쳐달라』고 하다 김 의원이 후원회가 없음을 알고는 『만들면 꼭 연락해달라』고 채근하는 경우도 있다.
중소기업 사장을 자처한 한 시민은 『나도 로비를 하고 있지만 과일바구니만 달랑 들고 가는 사례는 없었다』며 끝까지 진상규명을 해달라는 주문을 했다.
다른 시민은 『양심없는 세상에 양심있는 사람이 「괴물」 취급을 받더라도 진실은 밝혀지게 마련』이라는 편지를 보내왔고 서울 창동의 허모씨는 『짐을 지고 가야할 소인배가 수레를 타고 정치인보다는 정치꾼이 판을 치며 모두가 도둑질을 방관하는 이 험한 때에 김 의원의 결단은 밝은 빛』이라는 팩시밀리를 보내왔다. 천주교 신자인 김 의원에게는 『정직한 투쟁을 돕도록 천주님께 기구를 드리고 있다』 『온국민과 함께 기도하고 있다』는 교우들의 전보도 답지하고 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본부(대표 손봉호·이만열)에서는 정사협과 함께 김 의원에 대한 「감사편지쓰기운동」을 추진하겠다는 서한을 전해왔고 이미 그에게 「정의의 꽃다발」을 전달한 경실련 회원들의 지지서한도 쇄도하고 있다.
특히 재야·노동단체의 강연·행사참석 요청이 늘어나고 있으며 사무실에는 『이런 비리가 있으니 폭로해 달라』는 노동계 인사들의 발걸음도 한층 잦아지고 있다.
당사자인 김 의원은 『평소 국회의원이 된 걸 늘 후회해왔지만 생각있는 시민들의 격려에 국회의원도 보람이 있을 수 있음을 느꼈다』는 반응이다. 그는 『15대에 고향인 경주군에서 출마하라』는 농반진반의 주변얘기에는 『국회의원은 단 한번으로 족하다. 노동관계 연구나 상담활동으로 복귀하겠다』고 분명히 선을 긋고 있다.
국회윤리위에서는 징계심사소위를 구성하여 그를 오히려 징계하려하고 있지만 정치권 밖에서는 「정의의 표본」으로 평가받는 상이한 현실은 국민들의 눈에 비친 정치권의 위상을 그대로 반영해주는 듯하다.<최훈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