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비즈] 상고 출신 사장님 박사모 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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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김효준(50·사진) BMW코리아 사장이 17일 한양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는다. 덕수상고 졸업 후 줄곧 직장생활을 하다 30대 중반에야 대학(방송통신대)에 들어가 40세(1997년)에 학사가 된 그는 그 후 쉬지 않고 석사·박사 과정을 밟아 드디어 박사모를 쓰게 됐다.

 그는 “남몰래 대학에 다니느라 시험기간에도 출장가라면 가야 했기 때문에 5년 과정인 방통대를 6년 반 만에 졸업했다”며 “힘이 들 때면 남들 공부할 때 놀았으니 감수해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았다”고 했다. 그는 학교에 다니느라 좋은 조건으로 태국 근무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포기하기도 했다. 철들어 시작한 공부가 그만큼 소중하고 보람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고교만 졸업하고도 잘나가는 직장인이었다. 고교 졸업 전부터 증권회사에 다녔다. 군 제대 후 외국계 회사로 옮긴 뒤 재무 분야 전문가로 승승장구했다.

되도록 주변에 알리지 않고 대학을 다니던 94년, 30대 중반의 나이로 한국신텍스의 대표이사 부사장을 맡았다. 이듬해 BMW코리아 상무로 자리를 옮겨 승진을 거듭해 2000년 BMW 그룹 코리아 대표이사가 됐다. 2003년엔 아시아인으로는 처음 BMW 그룹 임원이 됐다.

이 과정에서 그의 고졸 학력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뒤늦게 공부를 시작한 것도 간판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더 공부해야겠다는 ‘내적 동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의 박사학위 논문 제목은 ‘지식 이전(移轉)의 흡수능력과 동기부여에 관한 연구’다. 영문으로 작성됐다. 이 논문은 시장경제의 경험이 많은 다국적 기업이, 축적된 사내 지식을 각국의 현지 자회사로 이전해도 문화와 역량에 따라 성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착안했다. 지식 이전의 효과를 높이는 요인은 결국 사람이라고 결론지었다. 조직원들이 지식을 수용하는 능력과 지식을 받아들이려는 동기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외국계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로 문화가 다른 외국 기업이 이 땅에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정착할까를 고민하는 바로 그 자신의 문제이기도 했다.

 그는 “산업 전망에선 수입차 시장이 수년 안에 10%(올 상반기 4.9%)로 커질 것이라고 하지만 나는 20%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직의 눈과 귀를 철저히 시장에 맞추고, 시장의 요구를 반영하면 시장은 커진다”는 것이다.

BMW는 최근 수입차 가격 인하를 주도하고, 시장에 재빨리 적응한다는 평을 듣는다. 그런게 주효했는지 판매가 늘었다. 이에 김 사장은 “모든 CEO들이 시장의 변화와 요구에 민감한 경영을 하면 시장에서 신뢰받으면서 규모를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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