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이 대표 밀월 “주춤”/조기 당대회 놓고 입장차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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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내분반대” 명분속 세감소 우려/동교동계/“장선거전 개최 유리” 결정 미뤄/이 대표측
민주당내 비주류와 개혁모임측이 지도부 재편을 위한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촉구하고 나서자 이기택대표와 당내 종가격인 동교동측에서 손익계산서에 본격적으로 착수해 「조기개최」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와함께 최근 김대중 전 대표가 이 대표의 동교동 방문을 만류하고 나서는 등 미묘한 기류를 낳아 차기 전당대회에서의 계속적인 지원여부 등 양측의 지속적인 밀월여부에도 당내 촉각이 집중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표는 조기 전당대회에 대해 이미 『민생문제가 시급하고 북핵문제로 나라가 뒤숭숭한 마당에 전당대회를 개최하면 당권 싸움이나 하는 집단으로 밖에 더 비치겠느냐』며 「반대」를 분명히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합의 먼저”
동교동계의 한광옥 최고위원도 『단체장선거를 잘 치르기 위해 당을 어떻게 변화시키자는 구체적 목적에 대한 당내 합의도 없이 무조건 전당대회부터 치르자는 건 순서가 뒤바뀐 것』이라며 부정적 입장이다.
10억원 이상의 경비가 소요될 전당대회를 개최할 경우 「집안싸움」에만 열중한다는 따가운 시선이 쏠리지 않겠느냐는게 동교동의 표면적 명분인 셈이다. 그러나 실제 동교동측은 「조기전당대회」로 인해 득보다는 실이 많으리라는 면밀한 「속내」를 지닌 것으로 전해졌다.
초기에는 이 대표가 조기 전당대회에서 다시 신임을 받아 「힘센 대표」가 될 경우 이 대표를 민 동교동도 강화되리라는 단순계산을 했다.
그러나 이 대표가 현 수준의 권한을 갖고 있는 상황이라야 향후 공천된 지분 등 오랜 동교동계의 기득권이 보호되고 입지가 계속 확보되리라는 고려가 우세하게 되었다.
조기 전당대회에서는 필시 최고위원수가 대폭 줄어들 기세인 만큼 권노갑·한광옥 최고 등 동교동계 지도부는 물론 최고위원·단체장선거를 노리는 동교동계 중진의원들간의 「교통정리」에도 상당한 애를 먹으리라는게 동교동측의 계산이다. 자칫 세가 대폭 줄어들 위험성마저 감수하며 굳이 조기대회를 치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김 전 대표의 한 측근은 『단체장선거에 나가기 위해서라도 최고위원 타이틀을 가지려 할 것인 만큼 조기 전당대회의 경우 자리배분이 난감하다』고 토로하고 있다. 이 대표는 임시국회가 끝나는 3월 중반쯤 DJ와의 「비공개 독대」를 통해 조기 전당대회에 대한 입장을 최종 조율한다는 방침이다.
○내달중 최종조율
이 대표측은 DJ가 조기 전당대회를 반대하더라도 대의원들의 동향·판세분석 등을 거쳐 3월말께 최후입장을 정리한다는 입장이다.
만일 단체장선거가 패배로 끝난뒤 전당대회가 치러질 경우 위험부담이 더욱 커질 수도 있어 이 대표측은 DJ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저울질을 해보겠다는 것이다.
○…김대중 전 대표는 북구순방을 전후해 동교동을 찾으려는 이 대표에게 『굳이 찾아올 필요가 없다』고 만류했던 것으로 알려져 양자의 관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신뢰여전” 강조
동교동측은 『이 대표를 자꾸 만나 현안을 거론할 경우 DJ의 정치관여라는 오해의 소지가 있어 꺼리는 것일뿐 이 대표에 대한 김 전 대표의 신뢰와 애정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올초 김 전 대표와 사전상의 없이 방북을 천명했던 이 대표에게 서운함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두사람간의 기본적인 「밀월」에는 이상이 없다는게 동교동측의 공통된 전언이다.
이는 차기 당권주자들의 면면을 볼 때 「이 대표체제」의 역학구도가 동교동측으로서는 가장 입지가 넓을 것이라는 현실적 판단이 밑바탕에 깔린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동교동의 속사정을 잘 알고 있는 이 대표는 이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계산이 있으며 따라서 조기 전당대회를 반대하는 김 전 대표의 의사에도 불구하고 결정을 미루고 있는 것이다. 동교동으로서는 이러한 이 대표가 얄밉고 야속하여 간접적으로 이 대표에 대한 불만이 최근들어 자주 터져나오는 배경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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