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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블로그] 떠밀리듯 한 고해성사는 여론에 뭇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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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계 유명 인사들의 학력 위조 파문이 도미노처럼 번지고 있다.

연극계의 ‘국민 엄마’ 윤석화가 ‘거짓 학력’을 스스로 고백했다. 1974년 이화여대 생활미술과에 입학했지만 연극의 매력에 빠져 입학 1년 만에 자퇴를 했다고 말해온 그가 14일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이화여대를 다니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윤석화(좌)와 이현세(우)

윤씨의 갑작스러운 고백. 평소 친분이 있던 김옥랑 동숭아트센터 대표가 학력 위조 파문에 휩싸이자 떠밀리듯 고해성사(告解聖事)를 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고해성사의 ‘때’가 무척이나 좋지 않았다는 것.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 사태가 학력 위조 파문에 불을 지폈다. 굿모닝팝스의 영어강사 이지영씨, 김옥랑 동숭아트센터 대표, 인테리어 디자이너 이창하씨 등이 줄줄이 파문에 엮였다. ‘행복하소서~’ 정덕희 교수도 “고졸이다. 가방 끈이 짧다”는 말을 했다고는 하지만 학력 위조 의혹을 피해가긴 힘들어 보인다.

‘때’를 잘못 맞춘 사람이 또 한 명 있다. 학력 위조 사태가 일파만파 퍼지기 전 때마침 책을 출간한 만화가 이현세씨. 최근 출간한 저서의 서문를 통해 자신의 학력이 대학 중퇴가 아닌 고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신 전 교수의 ‘일’이 터지자 마자 책이 출간되는 바람에 “미리 선수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샀다.

이씨는 “보름 전에 이미 서문을 출판사에 넘겼다. 신정아씨의 학력 위조 사건과는 연관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그동안 학력을 허위로 밝힌 것은 사실이었다. 억울한 면이 없지 않지만 고해성사를 통해 도덕적 흠을 씻어내고 더불어 책까지 홍보하게 된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학력 위조 파문. “다음은 누굴까.” 서로들 머릿속으로 주판을 튕기고 있을 것이다. 밝혀지든 밝히든 ‘때’를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네티즌의 적정양형이 선고될 것이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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