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외교적 해결 우선」 포기/미·일 정상회담 의견조율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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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사찰 수용안하면 안보리 회부 시사/「중국 동참유도」에도 자신감 표명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호소카와 모리히로(세천호희) 일본 총리는 11일 워싱턴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는데 합의함으로써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가 열리는 오는 21일을 시한으로 하고 있는 북한 핵문제에 대한 양국의 의견조정을 사실상 마쳤다.
이날 정상회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양국 정상은 북한 핵문제에 대해서는 집중적인 의견조정을 거쳐 합의에 도달한 것으로 밝혔다.
이날 양국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문제에 대한 양국 합의의 특징은 호소카와 총리가 종전 입장과 달리 「외교적 해결 우선」 조건을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는데 있다.
호소카와 총리는 특히 앞으로 10여일내 북한 핵문제는 대단원에 이를 것이라고 언급함으로써 미국과 일본이 21일 IAEA 이사회 이전까지 북한이 사찰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북한 핵문제가 유엔안보리로 넘겨지는 것이 확실해졌음을 시사했다.
양국 정상의 이같은 대북제재 합의는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이 북한에 대한 제재를 위해 단계적인 수순을 밟기 시작한 것과 타이밍이 일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제적인 대북제재가 임박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양국 정상은 이날 오전 4시까지의 마라톤협의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미국의 시장개방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등 경제문제에서 격돌한 반면,북한 핵문제에 대해서는 쉽게 의견의 일치를 보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본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경제문제로 줄다리기를 벌였지만 북한 핵문제에 대해서 만큼은 강경한 입장을 유지해왔기 때문에 최근 경화되고 있는 미국측의 분위기와 맞아떨어질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분석가들은 어차피 미일 경제문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타결이 어려울 것으로 예측됐던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북한 핵문제가 가장 중요한 합의안건이 될 것으로 추측했었다.
북한 핵과 관련한 미일 정상회담은 IAEA 이사회가 앞으로 10일 정도 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북한 핵문제가 시간적으로 가장 시급한 안건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워런 크리스토퍼 미 국무장관 역시 이번 양국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문제가 가장 커다란 안건이라고 말했다.
이번 양국 정상회담은 특히 대북제재가 필요할 경우 취할 양국의 입장을 서로 확인하고 협력을 다진데 이어 중국도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협력할 것임을 호소카와 총리가 기자회견 답변에서 밝힌 것은 주목되는 내용이다.
중국은 지난 9일 유엔본부에서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의 북한 핵에 대한 비공식회의 때 대북제재를 반대한다는 비공식적인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졌었다. 그러나 미일 정상은 대북제재가 표면화할 경우 중국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호소카와 총리는 유엔안보리가 대북제재를 결정할 경우 적극 협조할 것임을 확인하면서도 「일본 국내법이 허용하는 범위내에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언급,관심을 끌었다.
이는 일본 국내법이 대외 군사개입금지를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북제재가 군사적인 조치로 확대될 경우 일본측의 참여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경제적인 제재를 선택할 방침임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워싱턴=진창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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