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인터뷰>노사관계 발전전략 책펴낸 경기노동위 최성준심사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국회 노동위 돈봉투사건이 파문을 더해가고 있다.한국자동차보험의 해묵은 노사분규에서 비롯된 이 사건은 다시 우리의 노사관계를 생각하게 한다.
최근 눈에 띄게 노사분규가 줄어들자 많은 사람들은 근로현장에평화적 분위기가 정착돼 노사화합이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경기도 노동위원회 심사관으로 있는 崔性俊씨(40)의 생각은 다르다.『지금은 근로의지의 공백상태입니다.근로자는 패배감에 젖어 있습니다.노사분규만 줄었지 노사분규를 발생케 했던 원인인 타율적 근로관행이 노사분규 이후에도 자율적 근로관행으로바뀌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죠.』 崔씨는 노사분규를 산불에 비유한다. 『산불은 저절로 자란 잡목을 태워버리지만 경제수를 심어더 울창한 산림을 만들 기회도 되죠.』 노사분규라는 산불이 타율적 근로관행이란 잡목을 태워버린후 자율적 근로관행이란 경제수를 심지 못한 상태에서 오히려 치열한 국제경제전쟁이란 폭풍우를만난 것이 우리 경제현실이라는게 崔씨의 생각.
崔씨는 기술개발이란 무기를 갖추기 전에 병사들에게 정신무장을시키는게 국제경제전쟁에 임하는 순서이고,「노사관계의 올바른 정립」이 바로 이 정신무장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10여년동안 근로감독관으로 노동현장을 들여다본 崔씨는 최근 이러한 생각들을 모아『일하는 즐거움 나누는 기쁨』(지식산업사 刊)이란 한국형 노사관계 발전전략을 담은 책을 펴냈다.
『대구노동청에서 근로감독관으로 있던 87년 6.29선언이후 노사분규가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것을 보고 근로자에게 희망과 목표를 제시해야겠다고 생각한게 책을 쓰게 된 동기입니다.』 7년간에 걸친 자료수집과 현장연구를 통해 崔씨는 일본.독일이 다른선진국보다 우위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기술개발 때문이 아니라 전통문화를 바탕으로 한 자기나름의 독특한 노사관계를 정착시켰기 때문이란걸 알게 됐다.
일본은 집단주의 문화를,독일은 공동체의식과 준법정신을 각각 노사협력의 바탕으로 삼아 근로자의 창의력과 자발적 참여를 극대화시켰다는 것.『우린 그들을 능가하는 노사관계를 정착시킬 수 있습니다.우리에겐 그들보다 훨씬 우수한 전통문화가 있지 않습니까.』 崔씨는 세계에서 유례없는 인간적 결속력을 가진 유교적 온정주의,공감한 목표에 대해선 불가능해 보이는 일까지도 성취하고마는「신바람 근성」,기능올림픽 9연패에서 보여준 손재주,강인한 민족의식등 네가지를 우리의 자원으로 제시한다.崔씨는 자율적근로관행이 정착되기 위해선 일부 대기업의 관리직에만 실시되고 있는「성과급여제」가 근로현장으로까지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행 인센티브제나 특별상여금제등은 노사가 함께 목표를 정하지 않고 고정급화돼 있어 진정한 의미의 성과급여제가 아닙니다.
성과급여제는 노사가 함께 정한 회사의 목표를 달성해 그 이익을공동으로 나누는 것이죠.』 崔씨는 외국에도 성과급여제가 있지만그네들에겐「신바람」문화가 없다며『성과급여제는 근로현장의 신바람문화를 자극해 근로자가 주인의식을 갖고 자발적으로 일하는 동기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李相列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