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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만원뿐”… 수사마무리/검찰,의원들 관련설 못밝혀 고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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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물증수집 너무 소홀” 자성/핵심부분 못캐내 의혹만 키운셈
국회 노동위 돈봉투사건 수사가 「의원 몇명이 얼마를 받았나」라는 핵심부분을 밝혀내지 못한채 사실상 마무리돼 의혹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실명제 실시이후 종전처럼 광범위한 예금계좌 추적이 불가능한데도 검찰이 지나치게 수사를 서두른데다 증거수집을 소홀히 하는 등 안일한 자세가 이같은 결과를 초래했다는 자성론이 검찰 내부에서 일고 있다.
검찰이 자백이나 수뢰자의 예금계좌 등 물증을 확보하기도 전에 김준기회장과 김택기사장 등을 소환한 것은 회사측이 비자금 조성 등 「발목」이 잡힌 마당에 의원들에 대한 뇌물공여를 시인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란 안이한 판단이었다는 것이다.
회사측은 이미 법률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말을 맞추었는지 한결같이 김말룡의원에게 2백만원을 준 부분만 시인했을 뿐이었다.
물론 검찰 스스로도 『오너인 사장이 위증혐의로 고발되려는 마당에 의원에게 기껏 2백만원을 주려했다는 주장을 믿기 어렵다』고 실토하고 있으나 검찰이 이를 뒤집지 못하고만 것이다.
이 때문에 검찰 관계자들은 한화그룹 김승연회장 사건처럼 장기수사를 하면 의원수뢰 여부를 정확히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자보의 비자금 63억원을 추적해 의원수뢰를 밝히기란 「한강에서 바늘찾기」일 것이란 비관론이 지배적이다.
○…자보 관계자의 자백에 큰 기대를 걸고 김택기사장 등을 소환조사한 검찰은 6일 이창식전무와 이규천이사 등이 『화사로부터 로비자금 8백만원을 받았다』고 진술하자 『계속 수사를 하면 의외의 성과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라며 애써 자위.
7일 오전 수사 중간발표를 한 주선회 서울지검 3차장은 수사결과에 만족지못한 탓인지 내내 침통한 표정.
주 차장검사는 『자보측 진술의 신빙성 여부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신경이 날카로워진듯 『제발 발표대로만 보도해 달라』며 보도내용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표출.
○…5일 오후 한국자보 경영진들이 출두하며 인터뷰에 응하는 등 자신있는 표정으로 들어오자 『누구나 들어올 때는 저런 모습으로 들어와 나갈 때는 수갑차고 나간다』는 등 자신감을 보이던 검찰은 불과 이틀만에 풀이 죽은 모습.
검찰은 그러나 수사결과에 대한 여론을 의식한듯 『단지 중간발표일뿐 수사는 계속 한다』라는 점을 거듭 강조.
그러나 『앞으로 할 일은 자보관계자의 진술이 진실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라면서도 『조성한 8백만원중 「개인용도로 써버렸다」는 3백50만원의 행방을 찾겠다』는 등 『참고인 자격으로라도 의원소환은 없다』고 밝혀 사실상 수사종결인 셈.<이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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