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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봉투」 곤욕 치르는 동부그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80년대 기업인수 때마다/「정경유착」설 구설수/5공때 「시련」 겪은후 정치권과 “거리”
징치권과 「불가근 불가원」의 입장을 비교적 잘 지켰던 것으로 알려졌던 동부그룹이 국회 노동위 돈봉투 사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5일부터 김준기 그룹회장과 동생 김택기 자동차보험 사장,이창식전무(김 회장과 경기고 동문),박장광상무 등 그룹의 핵심 경영진이 줄줄이 검찰조사를 받는 등 홍역을 치렀다. 이들은 이에앞서 4일에도 노조측의 서울지방노동청의 조사도 받았다.
재계 관계자들은 지난해에 이어 동부그룹에서 계속 악재가 터져나오자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동부그룹은 사실 정치권과 「핏줄」로는 어느 그룹보다 깊은 관계를 갖고 있다.
김 회장이 공화당시절의 정치거물인 김진만 전 국회 부의장의 장남이고 김택기 자보사장은 야당정치 거물인 이철승씨의 사위이기도 하다. 김 사장은 강원도 태백시 민정당 지구당 위원장을 맡아 13대 총선에 출마해 낙선,정치성향이 강한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따라 동부그룹은 그룹이 한창 팽창하던 80년대에 자보인수(80년 3월)와 국영기업체이던 영남화학 인수,이·장사건으로 도산한 일신제강의 인수 등 흡수합병 과정에서마다 끊임없이 정경유착의 구설수에 휘말리기로 했다.
이번 돈봉투사건도 건설로 그룹을 일구어온 동부그룹이 특유의 불도저식 로비를 벌이다 문제가 일어난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동부는 밖에서 보는 시선을 의식해 그만큼 정치권과 거리를 두는데도 엄격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80년 권력을 잡은 신군부는 공화당시절의 부정축재를 조사하면서 동부그룹에 대해서는 국보위와 국세청의 조사라는 다른 기업보다 훨씬 가혹한 정밀조사를 했다. 하지만 결과는 『동부그룹은 김준기회장이 자력으로 일구었고 정치권과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는데 그쳤다.
이때 조사이후 동부그룹은 정치권에 대해 더욱 엄격해진 것으로 재계는 평가하고 있다. 동부그룹측은 이번 돈봉투 사건도 정치자금이 아니라 단지 노사마찰의 불똥이 정치권으로 튄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주장이 맞는지,아니면 검찰이 결정적 증거를 찾아내지 못해서인지 이번 돈봉투 사건의 파문은 일단 예상보다 작은 상태에서 마무리되고 있다.<이철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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