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으로 치닫는 보스니아 사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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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세르비아계,“공습” 위험 불구 공세강화
22개월째 내전이 계속되고 있는 보스니아 수도 사라예보의 한 노천시장에 5일 포탄이 떨어져 최소 68명의 민간인이 사망하고 2백여명이 부상하는 사건이 발생함으로써 보스니아 사태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암흑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프랑스·이탈리아·터키 등 서방 각국은 일제히 이같은 대량학살사태가 보스니아내 세르비아계 소행이라고 단정,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이들에 대한 즉각적인 공습만이 사태해결 방안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보스니아에 대한 공습여부의 결정권을 쥐고 있는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 유엔사무총장도 6일 만프레트 뵈르너 나토 사무총장에게 공습을 요청하는 서한을 발송해 공습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사라예보의 5일 참사가 발생한 직후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백악관 비상회의를 가진뒤 공습보다 내전 당사자들과의 대화를 통한 해결이 최선의 방안이라고 밝혀 공습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세르비아계가 장악하고 있는 지역이 거의 산악지대라 포격의 실효성이 낮고 오히려 세르비아계를 자극해 이슬람계 민간인들에 대한 보복이 심화될 것이기 때문에 보스니아에 발을 잘못 들여놓았다가는 베트남사태의 재판이 될 것이라는게 클린턴의 입장이다.
나토 회원국들의 이같은 공습목소리는 새로운게 아니다. 지난해 5월과 8월의 공습경고를 비롯해 지난달초의 나토 정상회담,지난달 29일 부트로스 갈리 총장이 보급품 수송을 위해 투즐라 공항을 개방하고 스레브레니카에 갇힌 유엔보호군을 구출하기 위해 언제든지 공습하겠다고 천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학살사태의 주범으로 추정되는 세르비아계는 이같은 공습경고에도 불구하고 나토 정상회담 직후인 지난달 11일과 지난 4일에 사라예보를 포격,각각 6명과 9명의 사망자를 냈다.
특히 이들은 지난달 31일 회교도 정부군을 조기에 제압하고 내전에서 승리하기 위해 부녀자들을 포함한 총동원령을 내리면서까지 서방국가들이 보란듯이 이슬람계 정부군측에 대해 공세를 강화해왔다.
제니카 등 중부 보스니아에서 정부군측과 교전을 벌여온 보스니아내 크로아티아계를 지원하기 위해 크로아티아공화국측이 정규군 5천여명을 보스니아로 침투시키는 등 최근 보스니아 사태는 전면전의 위기로까지 치달아왔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영국·스페인 등 일부 국가들은 공습이 문제해결의 최선의 방안은 아니라며 협상에 의한 내전종식을 거듭 강조하고 있어 공습이 실행된다하더라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 분명해 보스니아 내전은 당분간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서방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신성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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