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뺌에만 급급한 서울시/방원석 사회2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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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개방화·국제화의 물결속에 온 공직사회가 몸부림치고 있는데도 서울시는 여전히 변화를 기피한채 고질적인 관료주의가 아직도 판을 치고 있다.
일부 중앙부처에서는 앞다투어 우리나라 공직사회에 일찍이 없었던 『기업연수를 통한 첨단경영기법을 배운다』 『군살을 뺀다』며 변화와 생존을 위한 자기변신 노력과 「초일류화운동」을 한창 벌이고 있으나 1천1백만 서울시민의 살림살이를 책임지고 있는 서울시는 옛 껍질을 벗지 못하고 이같은 변화에 「강 건너 불보듯」하고 있다. 서울시는 마구잡이 지하철 공사로 화곡터널 내부 벽체 1백여군데에 금이 가 위험하는 보도(중앙일보 5일자 사회면 머리기사 보도)가 나가자 또다시 발뺌하는데만 「총력」을 쏟았다.
현장에 나가 정확한 실태를 조사하고 신속한 대책을 마련해 불안에 떠는 시민을 안심시키는 노력을 기울여도 시원치 않을 마당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터널균열은 지하철 착공 당시에도 있었다』는 등 「면피」에만 급급했다.
서울시는 여의도 목화아파트가 지하철공사로 지반이 침하되면서 가스관이 뒤틀리고 벽이 갈라져 주민들이 불안에 휩싸여 있을 때도 천연덕스럽게 『아무 이상 없다』고 버텨오다 최근 전문가들의 안전진단 결과 지하철공사 때문인 것으로 밝혀지자 뒤늦게 주민들과 보상협의에 들어가는 등 법석을 떨었다.
서울시의 불신행정은 어디 그 뿐인가.
낙동강물 오염으로 벌집 쑤셔놓은듯 온 나라안이 들썩일 때 서울시는 「자라보고 놀란 가슴」처럼 행여나 하고 이를 초조히 지켜봤다.
그러다 서울 수돗물 정수과정에서도 인체에 큰 영향을 미치는 알루미늄이 함유돼 있다는 사실이 보도되자 「조자룡 헌칼쓰듯」 재빠른 해명으로 사실은폐·축소에만 급급했다.
그러나 자체 조사결과 수돗물로 쓰는 정수장 원수가 알루미늄에 오염된 것으로 드러나 서울시의 거짓말이 또 한번 증명된 것이 불과 얼마전의 일이다. 『일이 터졌을 때 사실과 다르다고 우기면 되더라』고 사석에서 우연히 농을 던진 한 서울시 고위 공직자의 의식구조는 섬뜩함마저 느끼게 했다.
서울시는 무슨 일이 터졌을 때 책임회피에만 연연한 나머지 「구린데를 양탄자로 덮는」 미봉책을 거듭해왔다. 사실을 정확히 알리고 시민들에게 협조를 구해야 한다. 그것이 문민시대에 걸맞는 진정한 공직자상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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