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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화에 몸단 미국-州마다 외국공장을 내고장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미국경제에도 國際化가 유행이다.
그러나 그 양상은 우리와는 전혀 다르다.
나가는 국제화가 아니라 끌어들이는 국제화이기 때문이다.이 국제화를 둘러싼 州간의 경쟁은 여간 치열하지 않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비유되던 서부의 캘리포니아州가 불황의 고통이 가장 심한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고 있는가 하면,노스캐롤라이나와 버지니아등 시골 촌구석들을 하루아침에 신공업지대로 올려놓은 것도 바로 이같은 국제화 노력이 갈라놓은 명암이다.
이러한 변화가 저절로 일어날리 만무하다.잘 살던 州가 거드름피우는 동안 가난한 州에서는 주지사부터가 세일즈맨으로 나서서 땀 흘려 빚어낸 결과다.
자기 州의 일자리를 늘리고 소득을 높여주는 기업이라면 국적을따지지 않는다.85번 도로를 끼고 발전하고 있는 신공업지역의 주지사들은 외국기업들의 투자 유치에 혈안이 되어 있다.상대적으로 뒤진 州일수록 더 열심이다.
그전 같으면 미국기업이 밖으로 나가는 것이 국제화였으나 이제는 외국기업 투자를 미국내로 끌어들이는 것이 더 중요한 국제화로 통하는 세상으로 변했다.
미국이라고 해서 국제화에 저항하는 세력이 없을리 없다.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비준을 하마터면 수포로 돌릴뻔 했던 것이 단적인 예다.
한국농민들의 쌀 수입개방 결사반대나 미국 노조들의 NAFTA통과 저지가 전혀 다를 바 없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국제화 노력,다시말해 개방노력은 한국같은 나라를 빰치고도 남는다.체면이고 뭐고를 떠나 죽기살기로외국기업투자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92년 10월 독일 자동차회사 BMW의 4억달러 규모 조립생산공장을 유치하는데 성공한 사우스캐롤라이나州의 경우를 보자.주정부가 BMW측에 제공한 투자인센티브는 모두 1억5천만달러에 이른다.
1백10만평에 달하는 공장부지 구입비 3천7백만달러를 지원해주는 것을 비롯,땅의 정지작업과 상하수도및 진입로 공사등을 주정부 부담으로 해주고,공항시설 확장에는 연방정부까지 나서서 재정지원을 했다.
외국기업 투자를 유치하는데 한국의 어느 도지사가 이런 식으로했다면 매국노로 몰려 목이 열개라도 남아나지 못했을 것이다.
뿐만아니라 공식문서화는 못하지만「노동조합의 압력이 결코 외국기업들의 경영에 짐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묵시적인 합의가 큰 몫으로 전제되어 있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誘引요소다.
美製자동차에 대한 종래의 자존심 따위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여하히 BMW를 잘 만들어 디트로이트 빅 스리의 시장셰어를얼마나 더 파고드느냐가 사우스캐롤라이나 사람들의 지대한 관심사다. 이들만이 아니다.도요타를 만드는 켄터키나 닛산이 자리잡은테네시,혼다의 오하이오도 마찬가지다.여기에 최근 벤츠 유치에 성공한 앨라배마까지 가세,그야말로 漸入佳境이다.
제품의 국적같은 것은 문제되지 않는다.어떻게 하면 자기네 고장에 유망산업을 더 많이 유치하고,건실한 일자리를 최대한 늘려나가느냐가 가장 중요한 과제인 것이다.
그걸 미국기업한테서만 기대할 수 없기에 외국기업들을 쌍수로 환영하는 것이다.모자라는 기술과 직업윤리까지도 기꺼이 배우겠다는 태도다.
[워싱턴=李璋圭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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