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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옷입기>연극인 박세일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연극배우를 교육시키는 연극인 朴世一씨(36.연극표현연구소 예술감독)는 그 좋다는(?)서울大법대를 나와서도 때때로 집세가 밀리는 지하사무실에서 홀로 숙식을 해결하며 산다.
대학에 입학하면서 연극을 시작한 그는 부모님께 효도하기 위해대학을 졸업한 것 말고는 18년째 연극외의 외도는 하지않았다.
이런 외곬인 그는 옷차림도 외곬이다.흔히 우리옷이라고 하는 개량한복이 그의 일상복이자,외출복이자,작업복이다.
이러한 그의 옷차림은 청소년시절부터 아주 자연스럽게 몸에 익은 것이다.
17세무렵 공부를 한다며 절을 찾아 승복을 입고 생활한 것이그 계기가 됐다.대학에 들어가고부터는 절에서 입었던 승복바지가자연스럽게 그의 일상생활의 바지가 되었다.
『대학시절만 해도 옷이란 물려입고 얻어입고 있는 것을 입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별의식없이 승복을 입고 다녔다』는 것이 그의 변.승복바지는 너무 편했기 때문에 그 이후에도자연스럽게 한복스타일의 바지를 입고 웃옷만 티셔츠 나 셔츠등을입었다.이때까지는 별의식없이 우리옷을 입어왔던 시기다.
그러나 몇년전부터 그는 우리옷에 求道者의 修行服과 같은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이러한 의미부여는 물론 연극작업과 일직선상에 있는 것이다.『한국연극인은 한국어로 연극하면서 영어로나 연극하면 알맞은 호흡과 리듬을 반복하고 있고 한국식 리듬과 호흡을 찾지 못하고 있다.이제는 우리의 것을 찾아야 한다.』 이러한 깨달음 이후 그는 우리것에 탐닉한다.한예로 옹기에 물을 받아놨다 찻물을 끓여보고,옹기화병에 꽃을 꽂아보고,의도적으로 청량음료등 외래의 것을 멀리했다.자신이 마시는 차를 만든 사람을 찾아 河東까지 가서 사흘동안 얘기하고 차나 무를 만져보고도 왔다.
우리옷이 氣를 모아주고 발산시키도록 설계됐다는 것을 철학적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했고,옷입기에도 좀더 정성을 들였다.
그는 외적인 것이 의식의 상당부분을 지배한다고 믿는다.그래서그는 차림새도 행동도 우리 고유의 방식으로 하려는 노력으로 우리옷을 입는다.이러한 노력이 모이면 연극에서의 우리 리듬과 호흡을 찾을 수 있으리라 믿기 때문이다.
〈梁善姬 기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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