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당 속앓이/“불똥 어디까지…” 전전긍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정치권 사정으로 비화가능성
돈봉투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한국자동차보험 비자금서류 압수 등으로 활기를 띠면서 급속도로 진행되자 여야 정치권은 아연 긴장하는 분위기다.
특히 검찰 주변으로부터 몇몇 노동위 의원들은 물론 여야 지도부까지 수뢰혐의가 포착됐다는 등의 소문이 끊임없이 새어나오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정가에선 이번 사건이 국회 사정으로 비화될 가능성을 점치기도 한다.
○…검찰 수사가 자보의 비자금 서류 확보로 급진전되고 있는 가운데 파장의 진원지인 민주당은 초긴장의 분위기다.
본인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검찰에서 장석화위원장과 문제의 김말룡의원외에 노동위 여야 간사인 최상용(민자)·원혜영(민주)의원 등 4명이 자보의 로비대상자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5일 오전 긴급 최고위원 회의를 열어 검찰 수사에 따른 당차원의 대응책을 논의하는 등 불똥이 어디로 튈지에 초조한 기색이다.
특히 민주당은 돈봉투건과 관련해 소속의원들이 문제를 제기한데다 의혹이 초점도 소속의원들에게 집중되고 있어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
검찰이 관련 의원들을 소환조사한다 해도 의혹규명을 원하는 여론때문에 뚜렷이 반발할 명분도 없다. 그렇다고 그 대가로 가만 있자니 민주당 자체가 파도에 휩쓸려들 위험도 있어 그럴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의문이 제기되는 의원들 수가 점점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도부는 또 의혹이 온통 민주당에 쏠리자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따놓은 점수를 전부 잃고 오히려 「적자」를 보고 있다고 우는 소리다.
지도부가 미연에 이번 사태의 파장을 예견하지 못하고 무사안일하게 대처했다는 성토의 목청도 높다.
「깨끗한 정치」를 소리높였던 일부 의원도 관련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자 당내 기류도 심상치 않다. 개혁구호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여론이 따가운 상태에서 조기 전당대회 얘기를 할 수나 있겠느냐 하는 의견도 있다.
이와함께 검찰 수사가 정치적인 의도가 깔려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보내기도 한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느긋한 입장이었던 민자당은 「돈봉투」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적잖이 긴장하고 있다.
더욱이 검찰 주변에선 여야 지도부에까지 돈이 건네졌다는 설이 나돌고 있어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
비단 이번 사건뿐 아니라 엉뚱한 곳으로 불똥이 튈 가능성마저 있어 더이상 「강건너 불」일 수만은 없게 됐다.
민자당은 특히 자보 김택기사장이 13대 총선시 민주당 공천으로 강원도 태백에서 출마했던 인물이기 때문에 민자당 의원들과 거래했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민자당의 노동위 간사인 최 의원은 당직자들에게 결백을 주장하고 있어 현재로서는 일단 검찰 수사결과를 지켜본다는 입장이지만 지도부의 의지는 단호하다.
문정수 사무총장은 『검찰의 수사진척과 추이를 지켜보겠다』면서 『만일 불미스러운 일이 현실로 나타나면 당으로서도 응분의 단호한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신성호·박영수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