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내기 3인조」 한심한 범행동기(촛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설은 다가오는데 고향가기 위해 농담삼아 「한탕하자」던게 자꾸 재미가 붙어서….』
3일 오전 6시 서울 종로4가 형사기동대 조사실. 그동안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3인조 연세강도사건 가운데 서울 강서구 마곡동 모범택시 강도사건의 범인 안병삼씨(28) 등 3명이 고개숙인채 앉아있었다.
직업없이 거리를 떠돌다 만난 이들은 지난달 5일 숙소(?)인 서울역 대합실에서 어울려 TV뉴스를 보다 안시가 『우리도 쉽게 큰 돈을 벌어보자』고 제의해 범행에 나서게 됐다.
처음 이들은 머뭇거렸으나 설이 다가오면서 『한번만 하자』고 동의하고 노점에서 등산용칼 2개를 사 22일 서울 여의도에서 첫 범행을 했다.
손쉬운 돈벌이에 맛들인 이들은 전날 번(?) 돈이 하룻만에 떨어지자 이튿날 새벽 다시 길거리로 나섰다.
이렇게 되풀이하기를 7차례.
결국 이들은 31일 안씨 자신이 털었던 택시안에 여권을 떨어뜨리는 바람에 경찰의 추적을 받아 모두 붙잡히고 말았다.
조사결과 이들은 모두 집과 가족이 있고 일할 기회가 있었는데도 이를 싫다고 팽개치고 거리를 전전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안씨는 중학을 마치고 공장 등을 전전하다 90년 말레이시아에 자리잡은 형이 그곳에서 일자리를 마련해 주겠다는 것도 마다하고 귀국,그동안 빈둥거리며 지내왔다.
김성환씨도 고향에 부모와 상당한 재산이 있고 지난해 여름 상경하기 전까지 직장에 다니기도 했으나 『일하기 싫다』고 무작정 상경해 지내다 철창신세가 된 경우.
막내격인 김모군(18)은 서울에 집과 어머니·동생 등 가족이 있는데도 단지 『집에 있기 싫다』며 가출해 이들과 어울려 범행에 무작정 따라나서 범행뒤 2만여원을 받았다고 했다.
거의 매일 한차례씩 연쇄범행을 저질러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지만 이들의 범행동기는 너무나 한심스러울 뿐이었다.<권태동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