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신제품 경쟁-환경보호.건강기능 소비자욕구 강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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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연초에 삼성전자가 세제를 쓰지않는 초음파 세탁기를 개발해 놓았다는 소문이 흘러나오면서 가전업체들이 아연 긴장했다.
합성세제 대신 초음파 진동으로 때를 빼,환경 보호는 물론 섬유에도 전혀 손상을 주지 않는다는「꿈의 세탁기」.
삼성이 자체 선정한 월드 베스트(세계 일류화상품)품목에 이미포함된 것이고 요즘 家電개발경쟁의 주요 테마인 환경중시 흐름을감안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경쟁업체들은 판단했다.
이들은 가능한 모든 안테나를 동원한 끝에 삼성전자가 96년을목표로 초음파 세탁기를 개발중이나 아직 완료된 것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소문이 나돈지 이틀만이었다.
이같은 예는 全方位에서 펼쳐지고 있는 가전업계의 신제품.신기술개발 경쟁의 일단에 불과하다.
지난해 삶는 세탁기,리듬세탁기,공기방울 세탁기로 一戰을 겨룬세탁기는 올초 다시 카오스이론과 로스비이론에다 동양매직까지 가세,공개實演까지 벌인 엉킴방지 논쟁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TV도 지난해 鮮明度 논쟁에서 올해는「건강」으로 주제를 바꿔제2라운드에 접어들었다.삼성전자가 먼저 원적외선 방출을 내세운바이오TV로 포문을 열자 기다렸다는듯 금성사가 음이온TV로 맞섰고,TV에서 나름대로 위치를 갖고있는 아남전 자는 아예 이 두가지를 합친 신제품을 내놓았다.
지난해 간편 예약 녹화방식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VCR전쟁은 이제「속 들여다보기」경쟁으로,지난해 김치 익히기를 포인트로 삼았던 냉장고 싸움은 냉각방식으로 번질 기세다.
품목마다 돌아가며 요란한 발표회와 광고전속에 벌어지는 이같은경쟁,더욱이 개발에 3~4년씩 걸렸다는 제품들이 어떻게 거의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기능을 갖고 나오는 것일까.
가전업계 관계자들은 이에대해 한마디로『개발단계부터 상대편이 정보를 갖고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작년 연말 가전업체들은 정보수집을 위해 연구원들에게 동창회나망년회에 빠짐없이 참가하도록 권유했으며 이를 위해「특별회식비」를 지급한 업체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소비자 지향의 상품개발 추세도 중요한 이유의 하나로 꼽힌다. 소비자 불만이 비슷한 패턴으로 나타나고 신상품을 기획할때소비자 반응을 떠보는 과정에서 상대편 회사가 눈치를 채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가전업체 관계자들은『가전제품의 경우 기술 난이도가 그다지 높지않아 보통 6개월,적어도 1년이내에만 상대방의 신개발 동향을눈치 채면 특허그물을 피해가면서 충분히 대응상품을 개발할수 있다』고 말한다.
이와함께 여전히 남아있는 일본 기술의 모방 경향과 기업들의 고질적인「물타기 전략」도 빼놓을수 없다.
상대방의 신제품 개발을 뒤늦게 알아 김을 빼기위해 기존제품에비슷한 기능을 추가하거나 이름만이라도 바꾼 제품을 먼저 발표해버려 상대방을 난처하게 만드는 것이다.그러나 이같은 과잉경쟁이마키팅전문가들이 보기엔 그리 나쁜게 아니다.
오히려 보급률이 거의 포화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이런 경쟁들이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유발해 대체수요를 이끌어내는데 유리하다는 것이다. 〈李哲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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