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로>80년대 민중미술 산파 그림마당 민 폐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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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민중미술작가들이 제도권미술의 상징인 국립현대미술관에 정식초청돼 5일부터 40일간 대규모전시를 갖게된 가운데 아이로니컬하게도 80년대 민중미술운동의 유일무이한 활동공간이었던「그림마당민」의 폐쇄결정이 나와 눈길을 끈다.
지난달 29일 서울 광화문 환경연합 교육장에서 열린 제9차 민족미술협의회 정기총회는『민중미술운동에서 그림마당민이란 공간과역할이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민미협 직속기구인그림마당민의 폐쇄를 결정했다.
○…이날 총회에서 민미협대표 林玉相씨는 그림마당민의 재정적인어려움을 거론하며『정세변화에 따라 근본적인 수술을 해야 할 시점에 와있다』고 그림마당민의 폐쇄를 의제로 올렸다.
지난해 그림마당민의 수지결산을 보면 총수입 5천4백89만원에지출은 5천4백85만원.금년 이월된 금액은 불과 3만9천여원에불과했다.
특히 근래 들어서는 민중미술작가들조차 그림마당민에서의 개인전을 기피해 월6백여만원의 운영비 마련에도 급급해온 실정이었다는것. ○…지난 1년간 그림마당민 기획실장을 맡았던 姜成源씨는 총회에서『한달에 한건 정도 대관예정자들의 전시펑크가 있었다』며『대관료를 제대로 내지않는 가난한 민미협 작가들에게 재촉하기도힘든 실정』이라고 운영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일반작가들은 물론 민미협 회원작가들마저도 외면해온 그림마당민의 폐쇄는 근래의 상황변화에 밀린 어쩔수 없는 수순인듯 보인다.그러나 이같은 결정에는 민중미술운동 1세대와 젊은작가들 사이의 갈등도 내재하고 있어 향후 민미협의 행보와 관 련해 심각한불화의 불씨로 작용될 소지가 없지 않다는게 많은 회원들의 우려. ○…문제는 폐쇄를 발의한 1세대작가들의 경우 상당수가 상업화랑에서 초대전을 갖는등 그림마당민과 거리를 두려 하는 반면 아직도 일반화랑에의 접근이 힘든 젊은작가들의 경우는 代案공간으로서 그림마당민과 같은 공간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 다.
또 그림마당민의 폐쇄와는 별도로 민미협의 일부회원이 그림마당민의 전세보증금을 활용,백악미술관 지하에 개인화랑 설립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그림마당민은 85년 민족미술협의회 결성에 이어 회원들이 조금씩 돈을 모아 마련한 전시장으로서 지난 8년간 2백50여회의 크고 작은 전시를 치렀다.그림마당민은 3월말까지 계획된 대관전을 치르고 폐쇄될 예정이다.
〈尹哲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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