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도시팽창 부채질”/「토지상식」의 허실<KDI논문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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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땅수요 급증… 「벨트」 넘어 급격확산/돈이 풀리면 땅값은 반드시 올라/토초세,개발무관한 토지도 과세/국내 땅값에 「거품」이란 없어
비단 땅 투기꾼이 아니더라도 웬만한 사람들은 다들 땅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잘못된 건강 상식이 의외로 많은 것처럼 토지시장이나 토지정책에 대해서도 일반인들은 물론 때로는 정책 입안자들조차 잘못 알고 있는 부분들이 꽤 있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토지시장의 분석과 정책과제」라는 논문집을 통해 정부의 수많은 토지정책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이 찾아지지 않은 것은 토지문제의 원인,발생경로,결과에 대한 과학적이고 충분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논문을 통해 경제학자들이 짚어낸 토지상식의 5가지 허실을 소개한다.
○단기억제 효과도
◇그린벨트는 되레 도시의 팽창을 부채질한다.
그린벨트가 단기적(77년부터 80년대 중반)으로는 도시 팽창 억제효과를 나타내긴 했다.
그러나 인구와 소득의 증가로 도시용 토지에 대한 수요가 급증,도시의 순차적 개발보다는 개구리 뜀뛰기식 개발패턴을 조장해 그린벨트 바깥쪽으로 급격한 도시확산(80년대 중반 이후)을 초래했다.
단기적인 도시성장 억제효과는 또한 도시내부의 지가상승이라는 희생을 감수한 결과이며 장기적으로는 교통비용의 증가를 수반해 자원의 큰 낭비를 가져왔다.
◇토지거래 허가·신고제는 실패작이다.
당국이 의도하는 낮은 가격에서 거래가 이뤄지기 보다는 이중으로 계약서를 작성하고 낮은 가격을 신고,허가담당 창구에 접수시키는 것이 보편화됐다.
가격이 높은 것만 문제삼기 때문에 정직하게 신고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신고접수 거부,불허가 처분 등의 불이익을 받게되며 세무당국이 실거래가격을 파악,각종 조세의 자료로 활용하겠다는 것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한정된 토지로 경쟁
◇돈이 풀리면 반드시 땅값이 오른다.
통화량이 증가하면 개인이나 기업체는 현금자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토지자산이 적어지므로 이를 메우기 위해 토지를 사들이려 한다. 이때 개인이나 기업이 한정된 양의토지를 사려고 경쟁,땅값이 오르게 된다. 국민경제 전체로는 같은 양의 토지를 더 높은 가격에 보유하게 되는 「바보짓」이 벌어지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땅값에 「거품」은 없다.
거품이란 자산가치가 급등하다가 어느 시점에서 급락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지난 몇년동안 땅값은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급격하게 변했지만 땅이라는 자산의 가격급변을 거품현상에만 의존해 설명하는 것을 옳지못하다.
땅값의 급변을 거품현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거품의 존재유무에 관계없이 막연하게 자산가격의 급변내지는 불규칙한 변동을 거품현상으로 본다. 그러나 86∼89년 사이의 땅값 급등은 당시의 실질금리 하락,엔화·원화의 절상에 따른 것이고,90년 이후 지가상승세의 둔화는 엔화와 원화의 절하,실질금리의 상승과 밀접히 관련돼 있다.
거품현상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미국의 대공황처럼 주가가 대폭적인 변동을 보여야 한다. 그동안 땅값의 변화는 카다면 크다고 하겠으나 3저 등 시장여건도 크게 변한 것을 감안하면 거품이라고 불릴 수 있을만큼 급격한 변화는 아니었다.
○투기억제 성격 강해
◇토지초과이득세는 모호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토초세는 개발사업지 인근에 발생하는 개발이익을 토지 소유자로부터 환수하려는 것이 취지였지만 정작 그 내용은 개발이익 환수 장치라고 보기 어렵다.
토초세는 막연히 땅값 상승이 정상지가 상승률을 초과하는 토지를 부과대상으로 함으로써 개발이익이 미치는 공간적 범위를 정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사회경제적 요인에 의해 지가가 올라간 토지도 토초세의 부과대상이 돼 특정 개발행위와 관련이 없는 토지도 세금을 내야한다.
또 조세저항을 우려해 유휴토지,비업무용 토지,실수요자가 아닌 사람이 소유한 토지 등에 한정해 부과하기 때문에 개발이익 환수라기보다는 토지이용을 촉진하려는 투기억제 기능을 가지고 있다.<도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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