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행패아들 두번째 고발한 老부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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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오죽하면 부모가 자식을 감옥살이 시키겠습니까.제발 사람좀 만들어 주십시오.』 31일오전8시 서울청량리경찰서 조사계.
李모씨(63)가 부인 吳모씨(61.분식집경영)와 함께 눈물을글썽이며 그동안 아들(26)이 자신들에게 부려온 행패를 고발하고 있었다.
신병으로 몇년전부터 직업을 갖지 못하고 부인이 운영하는 분식집 수입으로 생활해온 李씨는 이날 경찰에 『해준 게 없다는 이유로 아들이 자주 화를 내고 손찌검을 해왔다』면서 사연을 털어놨다. 李씨가 아들을 고발한 것은 이번이 두번째.
91년10월에도 아들이 행패를 부리던중 화장품 병에 머리를 맞아 전치 4주의 상처를 입고 아들을 구속시켰다.
개과천선을 기원하며 수감기간중 매주 면회를 다니는 등 옥바라지를 했던 李씨부부는 아들에게『제발 사람이 되어달라』고 눈물로호소를 거듭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30일 출감한 아들은 이튿날부터『인생을 망쳐놨으니 생계를 꾸리도록 당구장을 차려주고 승용차를 사달라』고 떼를 썼다.
18일에는 어머니 吳씨의 분식집에 찾아와 의자.테이블을 집어던져 吳씨에게 2주간의 상처를 입힌데 이어 집에 누워있는 아버지에게 욕설을 퍼붓는 등 행패를 부려 부모들이 결국 다시 경찰서를 찾게됐다.
吳씨는『고교를 다니다 중퇴한 뒤 잘나진 못해도 제 앞가림이라도 해주길 바라며 뒷바라지했는데…』라며 울먹였다.
같은 시각 서울노원경찰서에서도 鄭모씨(55.노동)가 욕설을 하고 행패를 부리던 아들(33)을 고소했다가 취소하는 절차를 밟고 있었다.
鄭씨도 『해준게 없다』는 이유로 10년동안이나 아들에게 시달려온 경우였다.
결국 하룻만에 없던 일로 하고 말았지만 鄭씨는 아들과 함께 경찰서를 드나들게 됐다는 낭패감으로 무거운 표정이었다.
아무리 부모 자식간이 옛날같지 않다지만 자신의 앞길을 책임질나이가 지났는데도 부모에게 폭력까지 휘두르는 「철부지 성인」들을 바라보는 마음은 답답하기만 했다.
〈權泰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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