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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 국경통제권 양보안 수용/급진전 「팔」자치협상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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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6면

◎라빈­아라파트 정치기반 약화되자 적극 나서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 의장과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외무장관이 29,30일 두차례 스위스 다보스에서 회담을 갖고 교착상태에 빠져있던 팔레스타인 자치협상 타개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라파트 의장의 고위 보좌관인 아베드 라보는 30일 기자회견을 통해 아라파트­페레스 회담에 이어 2개 실무협상 위원회를 통해 구체화된 타협안이 예루살렘의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에게 전달됐다고 밝혀 이스라엘이 타협안을 받아들일 경우 타결안이 확정될 것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지난해 9월13일 역사적인 평화협정에 조인한 양측은 그동안 계속된 협상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고수,이스라엘군의 철군시한인 지난해 12월13일을 7주 이상 넘겼었다.
양측이 대립해온 주요 쟁점은 예리코 주변의 자치범위 설정문제와 가자지구와 이집트,예리코와 요르단 사이의 국경통제권,점령시 유대인 정착민의 안전문제 등이다.
PLO는 예리코 자치지역의 범위로 3백평방㎞를 주장한데 반해 이스라엘은 55평방㎞를 제시,현격한 의견차이를 보여 당초 협상에 대한 회의론이 팽배했었다.
자치협상을 타결짓지 못한채 해를 넘긴 가운데 지난 11일 이집트 중재로 열린 타바 회담에서 PLO측은 예리코에서 이슬람 성지와 사해로 나가는 출구를 요구하고 나서 협상이 결렬됐었다.
그러나 23일 페레스­아라파트의 오슬로 회동에서 이스라엘측이 점령지 철군후 유대인 정착민 보호와 자국안보를 위해 국경통제권을 독점하겠다는 그동안의 주장에서 한발 물러나 국경초소통제는 PLO가 맡고 이스라엘군은 검문을 하되 실내에서 최신 전자장비로 검문활동을 하기로 하는 절묘한 타협안을 찾아냈다.
따라서 이번 다보스 회담에서 자치협상 타결이 급진전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았으나 무엇보다 PLO측의 적극적인 자세가 크게 작용했다.
아라파트 의장은 이미 이스라엘군의 철수연기로 인해 지지기반이 약화되는 타격을 입고 있다.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자치협정을 반대해온 강경파는 물론 자신의 파타파 내부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올 정도였다.
아라파트는 이번 협상안을 이스라엘측이 받아들이도록 빌 클린턴 미 대통령과 존 메이저 영국 총리가 영향력을 행사해줄 것을 요청하는 등 협상타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라빈 총리 역시 협상반대파들의 이탈로 연립정권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어서 협상안을 거부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게 대두되고 있다.
『모든 장벽은 사실상 제거됐으며 10일후 협정에 조인할 것』이라는 아무르 무사 이집트 외무장관의 낙관적인 전망이 협상 타결국면을 뒷받침해주고 있다.<고창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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