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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즈 데이비스 재즈걸작 시리즈 불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지난 91년 타계한 재즈의 거장 마일즈 데이비스의 걸작들을 모은「마일즈 데이비스 시리즈」가 국내음반시장에서 재즈음반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높은 판매실적을 올리고 있다.
소니 뮤직에서 발매하고 있는 마일즈 데이비스 시리즈는 현재까지 8종이 나와 CD로 모두 3만장이 팔린 상태다.이러한 판매실적은 가요.팝등 대중음악의 판매량과 비교하면 대단치않은 양이긴 하지만 재즈음반의 경우 국내시장이 워낙 협소해 장당 판매실적이 통상평균 1천장도 넘기지못한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수준이다.이 시리즈는 올 3월말까지 3장을 더 내고 일단 완결될 예정이다. 마일즈 데이비스 시리즈는 그가 56년에 녹음한『라운드미드나이트』(Round Midnight)부터 퓨전재즈로의 길을연 기념비적인 앨범『비치스 브류』(Bitches Brew.69년 발표)에 이르기까지 모두 11장의 음반으로 이루어 져있다.
이 시기의 그는 50년대 하드 밥 전성기에서 출발해 즉흥연주의새로운 방법론을 개척한 모던재즈를 거쳐 록의 감수성을 수용한 퓨전재즈에 이르는 눈부신 변신을 보여주었다.이 음반들은 이러한그의 음악적 경신을 생생하게 입증해주는 자료로서도 손색이 없다. 마일즈 데이비스 시리즈의 성공은 국내 음반시장에서 적극적인음반기획의 성공사례로 손꼽힐만 하다.
처음부터 국내의 한정된 재즈팬을 생각한다면 도저히 내기 어려운 음반이지만 적극적으로 시장을 개척한다는 의미에서 발매한 것이 주효한 것으로 풀이된다.과감한 기획이 국내시장에서도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이 시리즈는 재즈 대중화에도 적지않은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된다.재즈는 아직 국내에서는 대중적 기반이 지극히 취약하다.그나마 있는 재즈팬들도 상당부분이 퓨전재즈에 편중돼 있어 재즈의본류에 해당하는 모던재즈에 대해서는 체계적인 이 해가 부족한 편이다.50년대 이래 모던 재즈의 주요한 흐름을 주도해오다시피한 마일즈 데이비스의 음반이 대거 발매되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국내팬들이 재즈의 흐름을 제대로 짚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마일즈 데이비스는 트럼핏 연주자로서도 정상급의 실력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그에 못지않게 작.편곡자로서의 센스도 뛰어났던인물이다.연주자로만 인식되기를 원치않았던 그는 왕성한 실험정신으로 항상 새로운 음악적 영역을 개척해 답보상태에 빠진 재즈계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다.특히 그가 59년에 녹음한『카인드 오브 블루』(Kind of Blue)는 방향성을 상실한 재즈의즉흥연주에 신풍을 불어넣은 명반으로 손꼽힌다.
이 앨범은 9천장이 팔려 이번 시리즈중에서도 가장 팬들의 호응을 많이 받은 앨범이었다.또 그는 가능성이 있는 신인뮤지션을발굴해 大器로 만들어내는데도 대단한 수완을 보여주었다.존 콜트레인,웨인 쇼터,칙 코리아,키스 재리트등 그의 밴드에서 활동하다 나중에 대가로 성장한 많은 뮤지션들이 그의 예리한 안목을 잘 대변해준다.
이번 시리즈는 56년 이전의 그의 작품은 포함되어 있지않아 그의 전모를 알기에는 조금 모자란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40년대 중반부터 재즈 뮤지션으로 활발한 활동을 해온 그는 56년 CBS레코드로 이적하기 전에 캐피틀,프레스티 지등 재즈의명문 레코드사에서 많은 걸작들을 남긴 바 있다.이 시기의 작품으로는『쿨의 탄생』(Birth of the Cool),『휴식』(Relaxing)등이 국내에 발매되어 있다.
〈林載喆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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