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종인의원 석방의 뜻/6공과 화해 신호일까/정치권 해석구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청와대,노재봉 비판에 해빙 주춤/박철언의원 석방과는 별개 문제
김종인의원의 집행유예 석방이 정치권에 봄바람을 불어넣을지 관심이다. 그의 석방이 일단 김영삼대통령이 연두 기자회견에서 밝힌 화합정치의 신호라는 해석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지난 10일 청와대 4자회동에서 그의 선처를 요구한 것도 어느정도 고려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뇌물수수혐의로 구속된지 8개월여만인 28일 2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된 김종인의원(무소속)은 현재로서는 의원직을 사퇴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상고포기 등의 문제는 앞으로 변호사들과 검토하겠다. 당분간 쉬면서 머리를 식히고 싶다』면서 『그러나 어차피 정치를 하던 사람 아니냐』고 반문해 정치를 계속할 뜻을 내비쳤다. 그는 또 『조만간 국회가 열리면 출석하겠다』고도 밝혔다.
김 의원은 풀려난뒤 곧바로 부인과 함께 서울 수유동으로 갔다. 할아버지 가인 김병로선생의 묘에 참배하기 위해서였다. 이어 김 의원은 차를 돌려 연희동으로 노 전 대통령을 찾아 석방인사를 했다.
김 의원의 석방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지난 10월 청와대에서 있었던 전·현직 대통령 4인 모임이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당시 모임에서 노 전 대통령이 「자존심을 버리고」 선처를 부탁했고,이를 김 대통령이 수용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김 의원의 석방이 그동안 불편한 관계에 있던 새정부와 노 전 정권과의 화해신호라고 해석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있다. 우선 김 의원 자신이 자신의 석방이 노태우정권과 김영삼 정권간의 화해신호가 아니냐는 관측에 대해 언급을 삼갔다. 김 정권의 공과에 대해서도 『8개월간 조그마한 방에만 갇혀있어 잘 모르겠다』고만 대답했다.
또 관측통들은 최근 노재봉 전 국무총리의 김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화해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측면이 있다고 분석한다.
김 의원은 상고를 포기하면 의원직이 자동 상실된다. 집행유예 조치가 상고포기를 전제로한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김종인의원의 석방으로 구속수감중인 박철언의원(국민)의 거취에 정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11월5일 1심에서 징역 2년에 추징금 6억원을 선고받은 그는 현재 항소심에 계류중이다.
그의 향후 사법처리 결과는 김 의원과 또다른 의미를 갖는다. 6공 「황태자」로 일컬어져왔고,노 전 대통령과는 처 고종 4촌 사이이기도 하다.
그러나 청와대측의 설명대로 김 의원의 석방과 박 의원 문제는 별개일 가능성이 더 크다. 사법부 고유의 판단에 따른 것일뿐 정치적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일부에서는 박 의원 구속으로 신정부 사정에 형평성 시비를 불러일으켰음을 상기하며 그의 석방이 자칫 엉뚱한 불씨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가 재판과정을 통해 금품수수 사실을 완강히 부인해왔기 때문이다.
YS정부 출범후 이런 저런 사건에 연루돼 구속중인 전·현직 군관계자들이나 해외에서 유랑생활을 하고 있는 박태준 전 민자당 최고위원,김종휘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원조의원 등의 거취도 관심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해외체류 인사들은 대부분 기소중지돼 있는 상태여서 귀국한다해도 일단 수사를 받아야만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구속도 감수해야 할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정국 화합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귀국에는 좀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이같은 분위기를 감안할 때 수감중인 군관계자들의 처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많다. 따라서 김 의원의 석방을 계기로 그동안 분열되어 있던 여권을 재단합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신성호·김기봉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